주택업계 "미분양, 정부가 사달라"…정부 "자구노력이 먼저"

입력 2023-01-31 19:34   수정 2023-01-31 21:49

주택업계 "미분양, 정부가 사달라"…정부 "자구노력이 먼저"
미분양 7만호 육박 위험선 넘자 업계서 선제조치 요구
국토부는 미분양 주원인 고분양가로 판단…"분양가 인하 선행돼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미분양 주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정부가 미분양을 매입하는 등 적극 개입해달라는 요구가 건설업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분양가 인하와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는 유보적 입장이다. 당장 국민 혈세를 투입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주택업계 "미분양 해소에 개입해달라"
국토교통부가 31일 공개한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천107호로 전월보다 17.4%(1만80호) 증가했다.
미분양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호씩 늘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천호를 넘어섰다.
부동산업계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고금리로 분양시장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미분양도 좀 더 쌓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들어 청약 신청을 받은 전국 11개 아파트 단지 중 8개가 미달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연말까지 지방에서만 8만호 이상의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정부가 매입에 나서달라는 업계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미분양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 "미분양 주요 원인은 분양가…인하 먼저"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미분양 주택 매입은 없다는 뜻이 분명하다.
정부가 직전에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섰을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으로, 당시 미분양 수치는 16만5천599호(2008년 12월)까지 치솟았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5만호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7천518호로, 아직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국토부는 정부의 미분양 매입 이전에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분양의 주요 원인은 높은 분양가라고 보고 분양가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미분양 주택은 중대형 평형이 많아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소형 평형에 쏠려 있다는 것도 시각이 다른 지점이다.
85㎡ 이하 미분양은 6만1천15호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90%를 차지한다. 85㎡를 초과한 중대형 미분양은 7천92호에 불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을 활용해 공공임대를 확충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매입 단가가 문제"라며 "자구노력 없이 정부가 매입해준다면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는데다, 지난 3일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시장 변화를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북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것을 두고 "현시점에서 그 가격에 샀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하더라도 매입 단가와 건설사 자구 노력, 재정 여력, 임대 수요, 지역별 미분양 주택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아직 정부가 적극 미분양 매입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증가 속도가 가팔라 전반적으로 위험 경고가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체들이 좋은 입지의 미분양 주택은 내놓지 않고 악성 매물만 사달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며 "먼저 업계에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서 미분양 매입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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