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토 "가혹한 처우 철회하라" vs 멜로니 총리 "굴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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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무정부주의 단체 대표인 알프레도 코스피토(55)와 이탈리아 정부가 출구 없는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코스피토는 전날 밤 사르데냐섬 사사리 교도소에서 밀라노의 오페라 교도소로 이송됐다.
코스피토가 장기간 옥중 단식 투쟁으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자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오페라 교도소로 이송한 것이다.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장관은 "모든 죄수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절대적인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르디오 장관은 코스피토가 단식 투쟁의 명분으로 삼은 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의 적용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피토는 지난해 5월부터 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의 적용을 받아 독방에 수감됐다.
마피아 범죄자, 테러리스트 등에게 주로 적용되는 이 규정은 수감자를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감자에게 최대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해 범죄를 자백하고 공범을 털어놓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에 코스피토는 가혹한 처사라며 지난해 10월 20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올해 1월 초까지는 보충제를 먹었지만, 이후로는 이마저도 끊고 현재 물, 설탕, 꿀로 연명하고 있다.
100일 넘는 단식 투쟁으로 코스피토는 체중이 45㎏ 가까이 빠졌다. 걸을 힘도 없어 최근에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코스피토의 건강 상태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에 교정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오페라 교도소로 이송을 결정했다.
코스피토는 41조 2항 적용이 철회될 때까지 오페라 교도소에서도 단식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코스피토는 2006년 경찰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2012년 원자력기업 대표의 무릎에 총을 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스피토가 국가 중요 시설과 인물을 테러의 주요 표적으로 삼은 위험인물인 만큼 41조 2항 적용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스피토가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양측의 충돌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코스피토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이탈리아 국내외의 공공시설을 잇달아 공격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독일 베를린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의 차량에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재 이탈리아 총영사관에선 누군가 건물 창문을 파손한 뒤 달아났다.
총영사관 입구 벽에는 "코스피토를 석방하라", "완전한 사면", "이탈리아 살인 정권" 같은 낙서가 발견됐다.
28일에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코스피토 지지자들이 과격 시위를 벌였고, 29일에는 이탈리아 2개 신문사 편집장 앞으로 총알이 든 협박 편지가 발송됐다.
30일에는 밀라노에서 경찰차 2대가 방화의 대상이 됐고, 같은 날 로마에서는 이동통신사 차량 5대가 잿더미로 변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정부는 이러한 위협 행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강경 대응을 선언할수록 코스피토 지지자들의 맞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토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법원은 3월 초에 코스피토에게 적용된 41조 2항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그때까지 코스피토와 이탈리아 정부의 극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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