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투자 축소로 선단 기술 비중 변화 없어"
솔리다임 실적 부진 불가피…"챗GPT, 메모리 중장기 성장엔진 될 것"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존 계획 외에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없다고 강조했다.
높은 경기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에도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기존 계획대로 다운턴(하강 국면)을 버티고 미래 준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1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전년도 설비투자와 팹(공장) 규모,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투자를 축소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50% 이상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도 축소했으며 올해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을 작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다.
전날 '어닝 쇼크' 성적표를 내놓은 삼성전자[005930]도 콘퍼런스콜에서 자연적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기본적인 투자 계획의 근간은 향후 시장 상황의 변동인데 현재로서는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큰 규모의 투자 축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올해부터 수요가 증가하는 DDR5와 HBM3, 1a나노미터(nm) 176단 기반 제품들은 향후 고객 수요에 맞춰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축소에 따른 경쟁력 우려에 대해서는 "캐펙스(설비투자) 운영 여부와 관련 없이 미래 테크(기술) 리더십은 문제없이 선도적으로 잘 준비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올해 투자 축소로 인한 회사의 선단 기술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차세대 1b 나노 D램과 238단 양산에 필요한 캐펙스는 차질 없이 집행해 내년 이후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두자릿수 감소하고 낸드는 한자릿수 후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더욱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캐파(생산능력) 투자 없이 일부 공정 전환에 따른 감소를 고려하면 올해 D램과 낸드의 웨이퍼 생산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리오프닝 이후 경기 부양 정책, 예를 들어 스마트폰 보조금 등의 변화가 있다면 하반기 출시되는 신제품 위주로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서버의 경우 신규 CPU 출시에 따라 고용량 DDR5는 분명히 시장의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DDR5 재고는 업계에 없고, 재고 부담은 DDR4에 집중돼 있다"며 "DDR4는 줄이고 DDR5는 늘리는 믹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솔루션 사업부)에 대해서는 "당분간 낸드 시황 악화로 매출과 손익은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SSD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 일반적인 낸드 시황보다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고 증가와 판가 하락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재고자산평가손실은 6천억∼7천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기존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 가능성은 없으며 유상증자를 자금조달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의 화두인 AI 챗봇 '챗GPT'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의 활용이 확장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메모리 관점에서 중장기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천1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2천19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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