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美 대사에 헝가리 친정부 매체 포화…"미국의 도발"

입력 2023-02-03 01:46  

동성애자 美 대사에 헝가리 친정부 매체 포화…"미국의 도발"
다뉴브강에 대사 비난하는 해골 깃발도…극우 오르반 총리 영향인듯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극우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장기집권 중인 헝가리에 부임한 미국 대사가 성(性)적 정체성 때문에 헝가리 친정부 매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업무를 시작한 데이비드 프레스먼 대사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헝가리의 보수파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프레스먼 대사는 헝가리 대사 이전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비롯해 유엔 특별대사 등을 역임하면서 외교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그러나 헝가리의 친정부 뉴스포털인 '페스티스라콕'은 프레스먼 대사를 '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권리향상 전문가'로 규정하고, 미국이 외교적으로 헝가리를 도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정부 TV의 한 출연자는 프레스먼 대사에 대해 '여사'라는 호칭을 붙이면서 모욕하기도 했다.
또한 부다페스트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 다뉴브강에는 프레스먼 대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해골 깃발이 걸리기도 했다.
미국 대사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친정부 매체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2010년부터 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수적인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르반 총리는 "사과가 자기를 배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 되겠냐"는 등의 동성애자 혐오성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오르반 총리의 지지층도 대체로 동성애에 대한 반감이 강하기 때문에 헝가리 사회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탄압 분위기까지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헝가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헝가리 의회가 소아성애 퇴치를 빌미로 동성애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현안으로 프레스먼 대사를 면담하는 헝가리 정부 관계자들도 선입관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를 교환한 뒤 "대사님이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프레스먼 대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럴 경우 상대방의 말을 중단시키고 '블라디미르 푸틴과 헝가리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프레스먼 대사는 "양국 관계에 지장을 주기 위해 헝가리에 부임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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