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위성 시대에 웬 정찰풍선…미중갈등 속 수수께끼 커진다

입력 2023-02-04 16:34  

첨단위성 시대에 웬 정찰풍선…미중갈등 속 수수께끼 커진다
中 "기상관측기 길 잃어" vs 美·전문가 "정찰장비 맞다"
구닥다리만은 아냐…저비용·감청 등 위성 뺨치는 이점
들키는 게 목적이었나…"미국 향한 중국 정치적 메시지일지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인공위성이 하늘을 뒤덮다시피 한 21세기에 중국이 왜 구닥다리 기술이 다 된 정찰용 기구(풍선)를 미국 상공에 띄웠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기상용 관측장비가 예기치 못하게 경로를 이탈했다고 해명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 풍선이 첩보 장비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중국의 의도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 중국 "기상관측기 길 잃어"…미국·전문가 정찰장비 확신
일단 중국은 3일(현지시간) 이 풍선이 자국에서 날아갔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부 유감을 표했다. 다만 "기상 관측에 주로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라며 '불가항력'에 의해 항로를 이탈했다며 선의의 실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찰용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중국의 설명을 일축했다.
특히 문제의 정찰 풍선 예상 경로에 핵심 군사시설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공군 전문가도 영국 BBC방송에 이런 이유로 중국 측 설명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풍선은 알래스카 근처 알류샨 열도를 지나 캐나다를 가로지른 뒤 미국 본토 몬태나주 상공에서 포착됐는데, 이 지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를 운용하는 공군부대가 멀지 않은 곳이다.
◇ 구닥다리만은 아냐…정찰풍선에 위성 뺨치는 이점도
정찰 풍선은 18세기에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미국과 옛소련의 냉전 때 가장 활발하게 사용됐지만 첩보위성 등 더 발전된 기술에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찰풍선은 인공위성보다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정보수집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아직도 특정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미국도 최근 비슷한 방식의 '고고도 정보수집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식 정찰풍선은 2만4천∼3만7천m 정도의 높은 고도에서 작동한다.
이는 민간항공기(1만m)나 전투기(2만m)의 순항고도보다는 훨씬 높지만 200∼2만㎞ 높이의 지구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보다는 '목표물'이 있는 지상과 훨씬 가까워 정보를 취득하기가 훨씬 쉽다. 조용히 한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찰풍선의 이런 장점을 거론하면서, 풍선이 지상 가까운 곳에서 미국의 인프라 시설물 관련 정보를 취득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정찰풍선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를 취득하려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 통신시스템이 이용하는 단거리 고주파를 대기권에서 감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들키는 게 목적이었나…"미국 향한 중국 메시지일 수도"
이런 장점에도 인공위성 같은 최신 장비를 다수 보유한 중국이 사실상 퇴물 수준인 풍선을 사용했을 때 얻는 이득이 별로 크지 않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정찰풍선은 지상에서도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해 정도로 쉽게 포착됐다.
결국 미국 당국에 포착되려는 목적으로 풍선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호 코디네이터는 BBC방송에 "미국의 인프라 시설물이든 뭐든 정보를 빼내고 싶었다면 더 좋은 방법이 많다. 풍선은 미국에 보내는 신호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본 것"이라고 말했다.
카네기 국제문제윤리위원회의 아서 홀란드 미셸 연구원은 "미국에 포착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다. 중국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풍선'은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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