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덴마크에서 국방비 증액을 위한 정부의 공휴일 축소 움직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AF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도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기도일'(Great Prayer Day) 폐지에 반대하는 수천 명 이상의 시위대가 모여 "우리 공휴일에 손대지 말라",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주최한 노동조합 측은 최소 5만 명의 인원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10년간 최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수를 별도로 집계해 발표하지 않았다.
루터교가 국교인 덴마크는 1686년부터 매년 부활절 뒤 네 번째 금요일을 대기도일로 지정해 기념해 왔다. 수백 년간 주말을 낀 대기도일 연휴가 전통처럼 굳어져 온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들어선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립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내세워 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일 폐지로 기대되는 45억 덴마크 크라운(6억5천400만 달러, 약 8천156억 원) 정도의 세수 증대분을 국방예산으로 가져다 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권, 학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회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공휴일 축소에 따른 세수 확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리제트 리스고르 FH노조위원장은 "공휴일 축소는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거리에 나선 한 배관공은 "보통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저 사람들에게 우리 의지를 전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은 주로 조직력이 강력한 노조와 사용자 조직 간 단체협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상으로 덴마크인들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 국민들보다 적게 일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의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연립 정부는 아무리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축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덴마크 정부는 또 국방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에 맞춰 국내총생산(GDP)의 2%로 높이려는 목표를 3년 앞당겨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복지국가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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