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야권 입법회 예비선거 관련 '국가정권 전복' 혐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6일 야권 인사 47명이 기소된 최대 규모 국가보안법 재판이 시작했다.
이날부터 90여 일간 진행될 재판은 2020년 6월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해 시행한 후 열리는 최대 규모 국가보안법 재판이다.
홍콩 검찰은 앞서 2021년 2월 전직 야당 의원과 활동가 등 민주파 인사 47명을 홍콩국가보안법 상 국가 정권 전복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중 16명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34명이 기소된 당시부터 2년간 구금된 상태다.
이들은 2020년 7월 열린 야권의 입법회(의회) 의원 예비선거와 관련해 2021년 1월 체포됐다.
홍콩 야권은 2020년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야권을 결집,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 전 입법회 의원 아우녹힌 등이 주도했고, 대표적 민주 운동가 조슈아 웡과 레스터 셤, 민간인권전선 대표 지미 샴, 전 입법회 의원 클라우디아 모·렁쿽흥·람척팅·레이먼드 찬, 기자 출신 기네스 호 등이 선거에 참여했다.
2019년 홍콩을 뒤흔든 반정부 시위의 여세를 몰아 진행된 해당 예비 선거는 약 6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홍콩 검찰은 해당 선거가 불법이며 입법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홍콩 정부를 마비시키고 행정 수반을 낙마시키려는 목적으로 잘 조직된 정부 전복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예비 선거 이후 홍콩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전격 연기했고, 중국은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적으로 손봤다.
결국 홍콩 입법회 선거는 예정보다 15개월 후인 2021년 12월에 열렸고, 그사이 바뀐 선거법으로 홍콩 민주 진영이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가운데 투표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홍콩에서는 중대 범죄에 대해 공개된 배심재판을 적용하지만, 국가보안법 사건은 배심원 없이 진행된다. 또한 국가보안법 재판 판사는 행정장관이 지명한다.
AFP 통신은 "홍콩은 민주주의였던 적이 없지만, 통치 체제는 한동안 중국 본토보다 훨씬 많은 자유를 허용했다"며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모든 체포와 기소에서 새로운 전례를 만들어내며 홍콩의 정치적 지형과 관습법의 법적 전통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시위와 당국에 대한 도전은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에 머무는 전 입법회 의원 데니스 쿽은 AFP에 "47명을 기소한 것은 완전한 촌극"이라며 "전복은 체제를 뒤집어엎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한 이에게 적용하는 혐의다. 선거에 출마하고 자신들의 공적 영향력을 활용해 정부가 사람들의 요구에 반응하도록 만들겠다는 이들에게 적용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47명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방청을 원하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방청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법원 앞에 와서 길에 이불을 깔고 노숙한 사람들이 많았고 이날 오전 8시께에는 최소 200명이 줄을 섰다"며 "그 대기 줄에는 홍콩 주재 영국, 미국, 독일, 스웨덴, 호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프랑스 등 여러 나라 영사관 대표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법원은 그중 39명에게 방청을 허락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법원 내 다른 장소에서 TV를 통해 재판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주홍콩 EU 사무소 대표 로런스 반더웰은 HKFP에 "EU는 민주주의자 47명의 사건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재판이 공개적으로 열리고 우리가 이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오늘 이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법원 앞에서는 민주진영 단체 회원 3명이 "탄압은 수치다.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AFP는 전했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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