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서 간담회…선제적 투자 구상에 주목
취임 후 지방 사업장·협력사 방문 잇따라…"'지방과의 상생' 행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3년 만에 방문,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차세대 기술 개발 전략 등을 점검했다.
조부인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40주년(8일)을 하루 앞두고 현장 경영 행보를 통해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향후 선제적 투자를 구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날 직접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본 뒤 주요 경영진과 IT 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 전장용 디스플레이 사업 현황,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로드맵 등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어 핵심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은 것은 2020년 3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현장 방문에서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며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한때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LCD는 중국과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고 OLED 또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침 이날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시발점이 된 도쿄 선언 40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은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새로운 투자를 구상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현재 디스플레이산업은 중요한 변곡점에 섰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경쟁 격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 선언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뒤를 이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삼성의 '퀀텀 점프'를 이끌어 낼 이 회장의 카드를 기대하고 있다.
초격차 기술 확보 외에도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삼성의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멈춘 상태다.
한편 이 회장은 작년 10월 취임 첫 행보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11월 삼성전기[009150] 부산사업장, 12월 삼성물산[028260]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베트남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생산공장 등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투자와 고용은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경영진에 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이달 초에는 삼성화재[000810] 유성연수원을 찾아 교통사고 보상업무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으며, 삼성SW아카데미(SSAFY) 대전캠퍼스를 방문해 교육 중인 청년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SSAFY는 2018년 삼성이 발표한 청년 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3천486명의 수료생이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광주 협력사를 방문하는 등 협력회사와 지역 중소기업도 챙기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첫 행보로 지방 사업장을 선택하고, 협력회사와 중소기업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메시지로 보인다"며 "삼성과 협력회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넘어 '지방과의 상생'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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