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행사 연설서 강조…백지시위로 표출된 민심 의식했을 수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당의 영도는 중국식 현대화의 근본 성질을 결정한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당의 영도를 견지해야만 중국식 현대화는 전도가 있고 번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항로를 이탈하고 영혼을 상실하며, 심지어 파괴적인 착오(顚覆性錯誤)를 범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집권 3기 공식 출범 무대가 될 다음 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7일 베이징 중앙당교에서 열린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20차 당 대회 정신 연구 토론반' 개강식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다.
중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실시하는 핵심 당원 정신 교육 성격의 이날 행사에서 시 주석은 서구와는 다른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그 핵심 요소로 공산당 영도의 절대성을 거론한 것이다.
특히 "영혼 상실", "파괴적 착오"처럼 긴장감이 투영된 표현이 등장한 것이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은 2013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중국은 대국으로, 절대로 근본적 문제에서 파괴적 착오가 나타나선 안 된다"며 '파괴적 착오'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또한 시 주석은 2021년 중국 공산당 100주년 경축 대회 연설을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등지고 포기하면 우리 당은 영혼을 상실할 것"이라며 '영혼 상실'을 거론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공산당 영도의 절대성을 강조하며 '영혼 상실'과 '파괴적 착오' 표현을 동시에 쓴 것이다.
여기에는 대내외 상황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긴장감이 반영됐을 수 있어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작년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한 민심이 '백지 시위' 등을 통해 표출됐던 상황을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작년 11월말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는 특정 정부 정책을 놓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이견 표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극히 드문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국 봉쇄 중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민생과 경제를 옥죄면서 분출됐던 대중의 불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공산당 일당 영도에 의문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시 주석 연설에 반영됐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대외 측면에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견제 심화 속에 당의 결속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어 보인다.
올해 들어 중국이 대미 유화 기조를 보이는 듯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제와 군사 영역에서 대중국 견제·압박의 강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미측 견제의 강도는 최근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사태를 계기로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연설에서 항일전쟁과 반봉건주의 투쟁, 신중국 건국, 경제 세계 2위 도약 및 민생개선 등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과 공헌을 길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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