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서 中정찰풍선 비판…"미국을 상대로 베팅하지 마라"
"푸틴 침공은 美·세계·시대에 대한 시험…우크라와 함께할 것"
野에 협치 제안·부채한도 상향 촉구…일자리창출·IRA 치적 강조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의 협력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임기 두 번째 국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특정국가를 향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수십 년 내에 중국 혹은 세계 다른 누구와 경쟁에 있어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난주 분명히 했듯 중국이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를 염두에 두고 중국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앞으로도 대(對)중국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최근 미 본토 상공으로 침투한 중국의 정찰풍선을 일주일간 추적하다가 지난 4일 대서양 상공에서 격추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 정찰풍선이 기상연구용 민간 비행선이라며 격추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지난해 회담을 거론하며 "충돌이 아닌 경쟁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등 중국의 견제하기 위한 일련의 대응조치를 염두에 둔 듯 "우리가 미국을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 우리가 미국의 혁신 및 미래를 좌우하고 중국 정부가 장악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나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동맹에 투자하고 우리 첨단기술을 우리 상대로 역이용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것, 안정을 지키고 공격을 억제하고자 우리 군을 현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기 전에는 중국이 어떻게 힘을 키워가고 있는지, 미국이 어떻게 추락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다면서 "더는 아니다. 지난 1년간 민주주의는 약해진 게 아니라 강해졌고, 독재 정부는 강해진 게 아니라 약해졌다. 미국은 세계를 재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동맹은 강화되고 있고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태평양과 대서양 파트너 사이에 다리가 형성되고 있고, 미국에 맞서는 이들은 그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배우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미국을 상대로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이 겪었던 죽음과 파괴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살인적인 공격이었다"면서 "푸틴의 침공은 이 시대, 미국, 세계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합하고 글로벌 연합을 구축했다"고 말한 뒤 국정연설에 초대된 주미우크라이나 대사를 향해 "미국은 당신의 나라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단결돼 있다. 필요한 만큼 함께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다수당이 돼 의회에서 절반의 권력을 장악한 공화당을 향해 협치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싸움을 위한 싸움, 권력을 위한 권력으론 아무것도 못 얻는다"면서 국가의 영혼 회복과 중산층 재건, 국가 통합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밝힌 뒤 공화당에 "지난 의회에서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새 의회에서도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신의 지난 2년 임기 동안 역대 대통령이 4년간 만든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경제 성과를 부각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더는 우리의 삶을 통제하지 않는다"며 대유행 극복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외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이 제기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도 기후 위기와 일자리 창출, 처방약가 인하 등을 위한 투자라고 역설했다.
공화당과 대치 중인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의 완전한 믿음과 신용이 의심받지 않도록 오늘 밤 여기서 약속하자"며 지출 삭감 요구 등 조건 없는 한도 상향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기업, 이른바 빅테크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유인해 개인 데이터를 수집한다면서 "아동을 겨냥한 광고를 금지하고 이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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