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사막서 시신 발견…현지 경찰, 집주인 아들 체포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쿠웨이트에서 자국민 가정부가 살해되자 현지 인력 송출을 중단했다.
9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이주노동자부(DMW)의 수전 오플레 장관은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같이 조치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력 송출 중단 대상은 해외에서 처음 일하거나 쿠웨이트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가사 도우미 취업 희망자다.
이어 오플레 장관은 "해외에서 가정부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은 쿠웨이트 외에도 홍콩과 싱가포르 등 다른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필리핀과 쿠웨이트 양국 간 노동 협정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1일 쿠웨이트의 사막에서 올해 35살의 필리핀인 가정부인 줄레비 라나라의 시신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쿠웨이트 경찰은 곧바로 라나라가 일하던 집 주인의 17살 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했다.
현재 쿠웨이트에는 26만8천 명의 필리핀인들이 일하고 있으며 주로 가사 도우미 업무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용주의 구타 등 가혹 행위가 끊이지 않아 필리핀대사관에 자국민 근로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들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라나라가 살해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100명이 넘는 필리핀 가정부가 쿠웨이트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구 1억1천만 명인 필리핀은 인구의 10%가량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200여 개국에 나가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현지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은 모국의 가족에게 송금돼 소비 산업 위주의 필리핀 경제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등 가혹 행위가 끊이지 않고 특히 폭력에 노출된 가정부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례도 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재작년 하반기에 필리핀 정부는 자국민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 및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인력 파견을 중단했다.
이후 사우디 당국과 협상을 통해 근로 계약 시 체불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고용주가 가혹행위를 일삼을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된 보완책을 마련한 뒤 작년 11월에 인력 파견을 재개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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