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참석해 추가 지원 호소…유럽의회 의장, 'EU 깃발' 선물
EU 본부 일대 종일 '경비 삼엄'…차량 통제되고 보안검사 대기만 1시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을 직접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투기를 지원받는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 신호"가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폰데어라이엔 우르줄라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각각의 무기 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서 "이러한 신호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전투기를 포함한 추가 지원에 대한 '구체적 약속'을 받고 브뤼셀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말에 "나에겐 결과물 없이 우크라이나에 복귀할 권한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수의 유럽 국가 정상들로부터 항공기를 포함해 필요한 무기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날 EU 일부 회원국들과 양자 회담에서 전투기 등 항공기 지원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영국·프랑스·독일 정상과 별도 회동에 대해서도 "일부 긍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러시아에 전략 노출을 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영국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전투기 조종사 훈련 제공을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고심 끝에 주력전차를 지원하기로 한 서방은 최신예 전투기도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추가 요청에 확전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날 영국과 프랑스를 깜짝 방문한 데 이어 이날 EU 27개국 정상들을 직접 마주하면서 기류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SNS를 통해 "장거리 무기 및 전투기 문제가 해결됐다"고 게재한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을 방문한 건 작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전날 영국·프랑스 방문과 달리 브뤼셀 방문 계획의 경우 언론에 사전 유출되면서 신변안전 우려로 막판에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예정대로 EU 정상회의 참석을 강행한 건 추가적인 군사 지원은 물론 EU 정상들에게 신속한 EU 가입 진행을 직접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EU 각국 정상들에게 "우리는 대포와 탄약, 현대식 주력전차, 장거리 미사일, 현대식 전투기가 필요하다"며 "침략자(러시아)보다 더 빨리 이 협력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우리가 항상 우리 자신을 방어할 시간이 있을지, 그것이 나의 질문"이라며 "우리 모두가 신속하고 신뢰할 만한 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는 "우리는 지금 가장 반(反)유럽적인 군대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곧 유럽의 안보라며 변함없는 연대를 호소했다.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EU 깃발을 선물했고, 유럽의회 장내에는 우크라이나 국가와 '유럽가'가 잇달아 연주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와 별개로 27개 회원국 가운데 25개국 정상들과 연쇄 '그룹 미팅'도 했다고 EU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각국에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독일 정상은 전날 별도로 회동해 그룹 미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밖에 벨기에 필립 국왕도 만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및 EU 특별정상회의로 이날 EU 본부 일대는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현장에 유럽 각국 취재진이 몰리면서 EU 이사회 건물 출입을 위한 보안 검사를 받는 데만 1시간가량이 걸렸다.
익명을 요청한 슬로바키아 매체 소속의 한 기자는 "EU 정상회의 때마다 보안 검색이 철저하긴 하지만, 오늘은 젤렌스키 대통령 참석으로 평소보다 좀 더 까다롭게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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