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우리도 해제해달라"는 이공계 출연연엔 "형평성 문제로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숙원이던 공공기관 제외가 결정된 4대 과학기술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새로운 과기원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4대 과기원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복잡한 속내가 감지된다.
4대 과기원은 이번 조치로 공공기관 인건비 총액 제한 규제가 사라지며 연봉이 높은 유명 석학을 초빙하는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공공기관으로 지정 안 된 한국에너지공대는 지난해 설립 과정에서 교수 봉급을 과기원의 1.5배 이상 주는 유인책을 통해 KAIST와 서울대 등에서 교수들을 잇달아 영입하기도 했다.
다만 4대 과기원 중 예산과 기금 규모가 다른 과기원을 압도하는 KAIST만 경쟁에서 더 유리해지면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될 것이란 우려도 나머지 과기원들에서 나온다.
지난 2019년 인공지능(AI)대학원이 KAIST에 처음 설립될 때도 UNIST 교수들이 KAIST로 줄줄이 이동하는 등 연구 환경을 이유로 다른 과기원에서 KAIST로 이직하는 사례가 매년 나오는데, 과기원 간 연봉 경쟁까지 시작되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KAIST가 받는 정부출연금은 2천291억원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 1천134억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949억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900억원의 2배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교원 영입 방안 등을 놓고 과기원 전체를 만족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인건비 운영 방안 등 운영에 대한 별도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4대 과기원 총장과 간담회를 열고 관련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해제는 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모든 게 미지수"라며 "정리된 목소리가 나오려면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연구 수월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출연연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2018년 개정되면서 과기원과 함께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따로 분류됐으나, 정작 연구기관 특성을 살릴 시행령은 지금까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인건비 등 공공기관 규제를 그대로 받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연들이 정원을 줄이고 연구 장비를 팔아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일반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로 다뤄진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등 과학기술계 노조들은 4대 과기원의 공공기관 해제 소식에 잇따라 성명을 내고 출연연 공공기관 해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며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기원은 다른 대학과 형평성을 고려한 부분이 공공기관 해제에 반영됐지만,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 설명이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난 1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출연연 공공기관 해제 논의와 관련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이나 국립대병원 등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연구목적기관으로 다른 특징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확보해 나가는 형태로 하고 추후 정부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다른 정책 목표 같은 논의가 있어야 (공공기관 해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며 "현장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이 있는 걸로 알지만 다수 의견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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