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맞춤형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알파벳 'R' 한 글자만 적힌 번호판이 41억 원에 낙찰됐다. 역대 2위 최고가다.
1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홍콩 교통국이 진행한 신년 맞춤형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R' 번호판은 시초가 5천 홍콩달러(약 81만 원)에서 시작해 최종 2천550만 홍콩달러(약 41억5천만 원)에 낙찰됐다.
10여명이 경매에 참여했고 호가가 1천만 홍콩달러를 넘어선 후에는 두 명의 참가자만 남아 경쟁했다.
결국 약 60차례 호가 경쟁이 붙은 후에 시초가보다 5천99배 높은 가격에 팔렸다.
이는 역대 맞춤형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앞서 2021년 3월 알파벳 'W' 번호판이 2천600만 홍콩달러(약 42억3천만 원)에 팔린 것이 최고가다. 당시 'W'는 시초가보다 약 5천200배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R' 번호판을 낙찰받은 이는 여성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경매장을 떠났다.
경매에 앞서 자동차 번호판 딜러들은 'R' 번호판이 레이싱 자동차와 관련돼 있고 중국의 점술에서 행운의 숫자와 연관돼 있어 최소 1천만 홍콩달러에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가 2위는 '292' 번호판으로 85만 홍콩달러(약 1억4천만 원)에 팔렸다.
경매에는 총 49개의 번호판이 출품됐고 그중 41개가 낙찰됐다. 대부분 '1388' 'UU 88', 'TT 88', 'VV 8888' 등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이 포함됐다.
중국에서 숫자 8은 돈을 번다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널리 사랑받는다.
숫자 2도 쉽다는 뜻의 '이'(易)자와 광둥어 발음이 거의 같다.
숫자 9도 중국어 발음이 '지우'(九)로, '오래간다'·'장수한다'는 뜻의 '지우'(久)와 발음이 같아서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홍콩은 1973년부터 맞춤형 자동차 번호판을 경매에 부치기 시작했다.
1994년 앨버트 영 엠페러그룹 회장이 숫자 9가 적힌 자동차번호판을 당시 최고가였던 160만 달러(약 20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번 경매를 앞두고 11일 홍콩 교통국 장관은 블로그를 통해 2006년 이후 맞춤형 자동차 번호판 경매를 통해 홍콩 정부가 약 6억 홍콩달러(약 976억6천만 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