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생태계 교란종 버마왕뱀 추적에 GPS 달린 주머니쥐·라쿤 활용

입력 2023-02-13 16:49  

美생태계 교란종 버마왕뱀 추적에 GPS 달린 주머니쥐·라쿤 활용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 야생동물 보호 당국이 주머니쥐·라쿤(미국너구리) 등을 미끼로 생태계 교란종 '버마왕뱀'을 퇴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폭스뉴스가 지역 신문 탬파베이타임스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대 몸길이 5∼6m에 달하는 버마왕뱀은 식욕이 왕성하고 번식 속도가 빨라 현지 생태계 균형을 빠른 속도로 무너뜨리는 골칫거리다.
특히 플로리다의 복잡한 산호초 지역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 서식지를 찾아 퇴치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과 사우스일리노이대학교의 연구진이 우연찮게 주머니쥐·라쿤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들은 원래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 등에서 라쿤·주머니쥐의 목에 GPS 장치를 장착해 이들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찰 약 5개월째에 주머니쥐 한 마리가 '사망 신호'를 발신했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주머니쥐가 한자리에 멈춰 버린 것이다.
문제는 사망한 것이 분명한 주머니쥐가 몇 시간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즉각 버마왕뱀이 이 주머니쥐를 삼켜 소화한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 GPS 신호 발신지를 찾아간 결과 길이 3.7m, 무게 30㎏짜리 암컷 버마왕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탬파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암컷 한 마리는 알 100개를 가득 채운 알집을 달고 나오기도 한다. 이 암컷 한 마리를 포획하면 버마왕뱀 새끼 100마리를 생태계에서 제거한 것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탬파베이타임스는 "주머니쥐는 아마도 버마왕뱀이 점점 숨통을 조여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했겠지만, 이 죽음으로 야생동물 당국은 사냥감을 추적해서 대형 비단왕뱀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FWC에 따르면 1990년대에 동남아에서 유입된 버마왕뱀은 한 번에 50개에서 100개의 알을 낳아 플로리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1만 7천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8월 열흘 간 버마왕뱀 잡기 대회를 열어 231마리를 제거하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19살 청년은 무려 28마리를 잡아 상금 1만 달러를 받았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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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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