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리 상승을 틈타 막대한 이익을 얻은 주요 시중은행들이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실적 확정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3.8% 급증한 16조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폭등을 견디다 못해 뒤늦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 코로나 사태를 대출로 버티는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등 많은 국민이 고금리에 허덕이는 사이 은행들은 돈놀이로 두둑이 배를 채운 결과이다. 금리가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일정 수준의 예대마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 금리는 빨리, 예금 금리는 천천히 조정하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이자 수익은 제자리인데 이자 수익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최근 첨단 금융기법 도입이나 경영 합리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은행도 민간 주주로 구성된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윤 추구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은 공적인 성격에 부합해야 한다. 은행법 제1조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반 사기업과 다른 은행 서비스의 공공성을 명시하고 있다. 은행은 정부가 인가를 통해 사실상 과점을 보장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도 한다.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들을 곱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순익이 증가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그 사용 행태는 더욱더 불편하다.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면 이를 세계적인 금융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체질 개선의 밑천으로 삼고, 어려움에 부닥친 금융 소비자들을 도울 방법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터인데 그러기는커녕 칼바람이 쌩쌩 부는 바깥과는 다른 세상에서 자축연에 한창인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까지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1인당 적게는 6억~7억 원,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법정 퇴직금에 3억~4억 원의 특별 퇴직금을 얹어주고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까지 지급했다고 한다. 비대면 전환에 따른 지점 감소 등의 이유로 희망퇴직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정기적으로 이런 일이 반복하다 보니 이게 구조 조정인지, 복지 제도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평균 연봉이 이미 1억 원을 돌파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들 은행은 또 호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에 해당하는 성과급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잖아도 고위급 임원들은 매년 수억~수십억 원을 성과급으로 챙겨가고 있으니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 대통령은 13일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면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사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불거진 관치 논란은 마땅히 경계해야 하지만 은행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과거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 놓은 은행들이 국민들의 삶과 유리된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이래놓고 나중에 상황이 어려워지면 국민들에게 또 손을 내밀 것인가. 물론 국가의 개입이 과도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은행 스스로 서민들의 피와 땀을 대가로 돈 잔치를 벌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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