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 중아공·말리·리비아서 다이아몬드 등 채굴권 확보"
러, 수단에 수송로 확보 추진…"현지 병사 모집해 우크라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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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꾸준히 세력을 확장해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군사적 지원을 미끼로 아프리카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물론 잠재적 전투 병력까지 확보하면서, 서방의 제재에 가로막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군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온 와그너 그룹은 현재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약 5천명의 병력을 배치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군과 관련 지원인력 규모인 약 6천명에 맞먹는 수준이다.
와그너는 지난 2018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정부, 리비아 군벌 등과 군사지원 계약을 맺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을 확보하는 식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그 결과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엔 무대에서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WSJ이 확보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를 보면 중아공에서 러시아 교관들이 현지 군인들과 함께 반군을 내쫓고 다이아몬드 광산 4곳을 장악하기 위한 공격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정부 분석에 따르면 바로 이 교관들이 와그너 소속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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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서방 안보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와그너 그룹이 중아공에서 북아프리카 수단을 통해 광물 교역의 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까지 다이아몬드를 실어나를 수송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와그너 그룹은 중아공 동부 지역을 장악하고자 2021년 크라톨 항공을 통해 소련제 항공기 2대를 중아공 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UAE의 크라톨 항공은 와그너에 운항 서비스를 제공한 일로 최근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수단 측도 러시아의 수송로 건설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년 12월 수단 군부의 실력자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은 중아공 군대와 와그너가 금, 다이아몬드, 광산 설비 등의 운송 루트를 만드는 데에 비공식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반비례해 아프리카에서 서방의 영향력은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와그너 그룹과 지원 계약을 논의 중인 부르키나파소는 지난 10년간 이슬람 반군과 싸워온 옛 식민 종주국 프랑스에 철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배경에 프랑스군의 무능함을 주장하는 와그너 측의 소셜미디어 여론전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차드에서 와그너 그룹이 기독교 반군을 훈련시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 와그너 그룹은 최근 아프리카에서의 세력 확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현지에서 활동할 용병을 모집에 나섰다.
지난달 10일 텔레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와그너 그룹은 급여 24만 루블(약 414만원)과 보너스, 건강·생명보험을 제시하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프리카 여러 국가로의 여행이 여기에 있다"고 썼다. 관광객 모집을 가장한 용병 모집 공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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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와그너는 이른바 '검은 러시아인'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현지 용병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앞서 시리아에서 용병을 모집해 훈련시킨 후 리비아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재배치한 '성공 사례'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러시아 정부도 아프리카 외교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아프리카 첫 공식 방문지로 말리 수도의 바마코를 찾아 와그너 그룹이 주도한 현지 합작 광물업체들이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대한 환영의 뜻을 표했다.
말리 군정은 2021년 쿠데타 이후 와그너 그룹의 교관 지원, 러시아 정부의 수호이 전투기 및 헬기 등 제공을 받으며 집권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와그너와 말리군이 함께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WSJ은 프랑스와 오랜 관계를 맺어온 코트디부아르가 와그너 그룹의 다음 목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및 알카에다로 인한 위협에 시달리던 코트디부아르로서는 용병 투입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와그너 그룹의 수장이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에 지속적인 병력 투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아프리카에 전사들을 보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곳에는 내가 보호해주기로 약속한 많은 대통령들이 있다"고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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