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중국 경기침체에 미래도 의구심
전문가 "어려운 시기…시진핑 유산이라 실패 부인할 듯"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야심 찼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이 갈수록 추진력을 잃고 있다.
'중국산' 자금을 지원받은 국가 중 상당수가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중국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중국 자체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계획 자체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된다고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래들리 팍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 칼리지 원조데이터연구단장은 2022년 중국이 공여한 해외 차관의 60%가 현재 재정난을 겪는 국가에 제공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10년 5%에 불과했었다.
중국은 2013년부터 140개국을 대상으로 일대일로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합친 말이다.
저개발 국가에 중국 자본을 투자해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고 서로 경제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제공한 뒤, '부채의 함정'에 빠진 저개발국을 사실상의 경제적 속국으로 만들려는 것이 진짜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실제로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고 나서, 저개발국가가 상환을 어려워하는 경우 부채 조정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부채의 함정'에 빠진 국가로는 스리랑카가 대표적이다.
스리랑카는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자국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해버렸다. 결정적인 원인이 중국이었다. 스리랑카는 2010년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함반토타항'을 건설했다.
하지만 항구의 운영 실적은 차관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적자가 쌓이자 결국 2017년 항구의 지분 일부를 중국 국영기업에 팔아치웠고, 항만 운영권까지 중국에 넘겨야 했다.
파키스탄도 비슷한 경우다. 파키스탄 역시 일대일로 계획에 따라 들여온 차관 탓에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이 해외에 진 빚 중 3분의 1은 중국이 채권자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도로, 철도, 송유관 등을 대규모로 지어주고 '과다르항'의 이용권을 취득했는데, 과다르 주민들은 항구를 운영하는 중국 회사가 현지 자원을 독차지하고 있다며 장기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투자를 받아 건설된 에콰도르의 한 댐에서는 균열이 발견돼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부실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동맹국들이 빚에 허덕이고, 프로젝트에는 균열까지 등장하자 중국의 일대일로 역시 지속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자연히 고개를 들게 된다.
싱크탱크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아시아프로그램 부국장은 FP에 "일대일로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중국에서 오랫동안 대출을 받아와 이를 버텨낼 만한 사치스러운 경제구조를 갖지 못했다는 점을 상당수 국가가 이제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어려움에도 중국의 '일대일로 포기 선언'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FP는 지적했다.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를 직접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일대일로의 실행 방식에라도 오류가 있었다는 말조차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대일로는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유산과 너무 밀접하게 엮여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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