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 여행객 상대 세금 인상 등 저가관광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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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제로 코로나'를 끝낸 중국이 자국민의 단체 해외여행을 허용하면서 저가 패키지 상품으로 각국 관광지에 몰려드는 이른바 중국인 단체 '덤핑 관광객'을 두고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6일부터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20개 국가로의 자국민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했다.
중국인 저가 패키지 관광객들은 그들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관광지의 지역 경제로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0달러 관광'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돼 왔다.
관광지 지역경제에 도움은 되지 않으면서 해변이나 사원 등 명소들이 이들로 인해 붐벼 불편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중국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본토 밖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1억5천500만 명이었다.
글로벌 자산관리회사 나틱시스에 따르면 중국인 여행객은 그해 전 세계 관광 지출의 16%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0년의 두 배에 달했다.
이 해에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 중 상당수는 패키지 관광객이었다.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이전에는 다른 국가들에서 중국인 저가 패키지 관광객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지는 와중에 이들로 인한 혼란을 감당할 가치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었다.
이 같은 논란은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중국이 국경을 닫으면서 사그라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일상회복으로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외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팬데믹 기간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관광산업이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 과연 중국인 저가 패키지 관광객들을 마다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얀마의 경우 미얀마 관광협회에 따르면 2019년에 140만 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에는 2만3천 명에 불과했고, 외국인 관광객 대상 사업체의 거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미얀마 관광업체 '오리엔탈 로즈 트래블 앤드 투어'의 산다르 초 상무이사는 "일부 현지인들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2019년 중국인 관광객 580만 명이 방문해 전체 해외 여행객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베트남 다낭과 냐짱의 여행사인 '하바 트래블'의 경우 대부분의 매출을 중국인 저가 관광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인 대상 5일짜리 저가 관광상품의 가격은 항공편과 호텔, 식비까지 모두 포함해 약 800만 동(약 43만원)에 불과했는데, 일반적으로 개별 여행객들은 이들보다 돈을 절반가량 더 썼다.
하지만 부 더 빈 베트남 관광협회 회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0달러 투어'를 근절하고 "미국인, 서유럽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고급 관광 서비스를 제공해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의 경우 2019년 총 4천만 명의 해외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170억 달러(약 22조원)의 관광 수입을 가져다줬다.
태국 정부는 바가지를 씌우고 중국인이 소유한 현지 호텔·식당·가게에 뒷돈을 준 혐의로 저가 덤핑 여행사 관계자들을 법정에 세운 적이 있으나, 법원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태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300바트(약 1만1천원)의 입국료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태국 내 중국 여행사들이 저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돼 덤핑 여행이 근절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뿐 아니라 유럽 각국 정부도 중국 덤핑 관광객들이 관광지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9년 약 1천3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올해 관광세를 57% 인상해 1박당 2.75유로(약 3천700원)까지 올렸다.
연간 2천만 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3∼10유로(약 4천100∼1만3천원)의 입장료를 매기기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가 패키지여행을 원하는 중국인들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덤핑 관광이 계속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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