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우리는 중립" 주장…유럽선 "남아공과 사업해도 되나"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꼭 1년이 되는 시점에 러시아, 중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기로 하면서 서방의 경계를 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남아공 국방부는 17∼27일 인도양에서 러시아 및 중국과 '모시'(MOSI)로 명명된 해군 연합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시'란 아프리카 츠와나어로 '연기'(smoke)라는 뜻이다.
예정대로라면 이날부터 약 열흘간의 훈련이 시작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기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2월 24일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 내부에서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온다.
남아공국제문제연구소(SAIIA)의 스티븐 그루즈드는 "이번 훈련은 비난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간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안에 거리를 두며 '줄다리기' 외교를 펴왔는데, 하필 개전 1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시기에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런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아공에서 활동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 출신 외교관 6명은 이번 합동훈련을 가리켜 "옳지 않다"며 "우리는 남아공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와 관련, 남아공 정부는 전쟁과 관련해 여전히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비판 여론에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남아공 국방부는 작년 11월 프랑스와의 사례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도 비슷한 훈련을 진행해온 바 있다며 "남아공은 다른 독립적인 주권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외교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아공의 현 집권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극단적 인종차별적 '아파르트헤이트' 분리 정책을 고수했던 과거 정권과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를 지지해준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남아공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블록 안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아공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EU를 등한시하는 것은 또 다른 경제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한 대사는 로이터에 "일부 기업들이 남아공과 계속 사업 관계를 이어가도 괜찮을지 문의해오고 있다"며 "(연합훈련 등으로) 어떤 결과가 닥칠지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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