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방사능 물질 몰래 반입…서방은 평화협상 원치 않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개전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해 맹렬한 비난전을 펼쳤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오는 23일 열리는 유엔 긴급 특별총회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책임을 씌우려고 핵 유출 사고를 연출하는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핵물질을 담은 용기들이 한 유럽국가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송됐다"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은 세관을 통과하지 않고 운송된 이 방사능 물질을 우크라이나 통제 하의 핵시설 가운데 하나에서 국지적 방사능 오염 사고를 연출하는 데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도발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핵위험 시설에 러시아가 무차별 공격을 가해 핵물질이 유출되고 인근 지역에 방사능 오염이 발생했다고 러시아군을 비난하려는 것"이란 주장을 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방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날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에 응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최근 제안과 관련 "그러한 구상에 대한 상호주의나 답을 서방 지도부 누군가에게서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2일 폴란드를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곳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주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러시아 외무부도 대서방 비난 공세에 가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논평에서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근 언론 인터뷰 발언을 '이중적'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가 한 번도 러시아의 파멸을 원치 않았고 원치 않을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논리적 근거가 없다"면서 "프랑스는 마크롱에서 시작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 수준에서 존경받는 나폴레옹의 유해가 파리 중심부에 영면하고 있다"면서 "이는 프랑스가 모든 것을 기억하도록 하고, 러시아도 그렇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1812년 러시아를 침공했던 나폴레옹이 이미 러시아의 파멸을 시도했다는 지적이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프랑스가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모든 문서에서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프랑스가 러시아의 승리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고 있다는 논리적 결론을 낳는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기를 원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면서 특정 시점에서의 평화협상 개시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나는 혹자처럼 러시아가 자국 영토까지 공격을 받아 완전히 패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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