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날'에 戰場 찾은 바이든…러중에 경고·강력 리더십 부각

입력 2023-02-21 01:36   수정 2023-02-21 12:11

'대통령날'에 戰場 찾은 바이든…러중에 경고·강력 리더십 부각
피로도 쌓인 동맹 균열 차단…지원 지속 의지·대러제재로 러 압박
위험 불사하며 '서방 맏형' 재확인…中의 對러 군사지원차단 포석
'中풍선' 일단락·건강검진 이어 재선 도전 마지막 정지작업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2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방문한 것은 여러 가지를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수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논의돼 왔던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우크라이나행(行)은 극소수 핵심 인사들만 공유할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져 말 그대로 파격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접경국인 폴란드를 방문한다고 밝혔던 백악관은 그간 그의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17일에야 확정됐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깜짝 방문'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았지만, 실제로 미 대통령의 예고 없는 전쟁터 방문은 극도의 위험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우선 전쟁이 1년을 넘기며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피로도가 높아진 가운데 서방의 리더로서 러시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희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인 파급 효과가 눈덩이처럼 쌓이는 등 전황의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부당한 침공'에 대해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녹아 있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떠나기 직전 성명에서 "오늘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주권, 그리고 영토 보전에 대한 변함없고 굴하지 않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개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전쟁이 장기소모전 양상을 띠면서 서방 국가 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종전 방안을 놓고 견해차가 드러나는 등 단일대오에 균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이런 절묘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서방의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고 규합을 더욱 끈끈하게 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걸친 여러 나라들과 전례 없는 군사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고 언급한 것은 러시아에 맞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동맹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까지 걸친 동맹이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만큼 앞으로도 지속해달라는 당부라는 뜻이다.
'서방의 맏형'을 자처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이 모범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춘계 대공세 준비설이 나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에 올인해왔던 미국의 정책이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배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러 추가 제재 발표를 예고하기도 했다.
당초 예정됐던 우크라이나의 접경국이자 나토 최전방국인 폴란드의 바르샤바 방문만으로도 이런 의지를 충분히 표방할 수 있었음에도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맞선 서방 규합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연대 의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번 전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당위성과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의 법정기념일인 '대통령의 날'(프레지던트 데이)을 우크라이나 방문 날로 잡은 것은 자신의 세계적인 리더십을 국내외적으로 강조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군이 통제하지 않는 전쟁터를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고 이례적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일성처럼 미국이 서방의 리더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준비 중인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란은 공격형 무인기를 넘겼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러시아의 용병 그룹에 포탄을 비롯한 탄약을 지원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여기에 군사 강대국인 중국이 러시아 지원에 나설 경우 전황은 한층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에 대중(對中) 경고의 의미도 함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중국이 대러 군사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하면서 실제로 이뤄질 경우 '레드라인'(금지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최고지도자인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자체가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그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4년 대선을 1년 9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강한 리더의 이미지를 각인함으로써 조만간 출마 선언을 공식화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 정찰풍선 사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제안으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고, 최근 연례 건강검진을 통해 80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 계속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재선 출마 선언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취임 직후인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대혼란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던 '실책'을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떨쳐내고 세계 리더로서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역시 이날 행보의 핵심 키워드로 보인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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