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파 의원들 사임 경고도…북아일랜드 연방주의자 설득해야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브렉시트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과 관련해서 곧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하지만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파 반발 등으로 인해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으며, 자칫 판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함도 감돈다.
최근 영국 언론에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북아일랜드 협약에 관해 이번 주 언제 발표할지를 예상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은 듯했다.
BBC는 22일까지는 안 될 것 같고 24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이니 제외하면 23일이 남는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영국과 EU 측 협상 대표단은 화상회의를 하며 협상 모멘텀을 이어가려고 노력했고 영국에선 리시 수낵 총리가 내각 회의를 개최해 각료들 설득에 나섰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회의 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 무역 규정과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꽤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세프코비치 부집행위원장은 그러나 "이런 협상에서 결승점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이 다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주에 합의할지 안 할지 말할 순 없지만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다는 건 안다"고 말했다.
그는 수낵 총리가 집권 보수당 내 인사들이나 북아일랜드 정치인들과 상의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아직 주요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북아일랜드 평화를 가져온 벨파스트 평화협정(성금요일 협정)을 보호하고, 영국 내 북아일랜드의 입지를 유지하며, 본토와 북아일랜드간 자유로운 교역을 보장하기 위해 EU와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수당 내 브렉시트 지지 세력에서 급격히 움직임을 키우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BBC는 오후에는 이번 주 타결 가능성이 희미해졌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동의 없이 합의하면 사임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민주연합당이나 보수당 내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 협상한 것을 비판하면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실패가 떠오른다고 말했다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 관련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조기에 물러났다.
보수당 내 우파 브렉시트 지지 모임인 유러피안 리서치 그룹(ERG)은 이날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과 회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결합은 수낵 총리에겐 부담이다.
지금은 민주연합당이 반대만 안 하면 밀어붙여 볼 만하지만 이들이 힘을 합하면 셈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연합당은 작년 5월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선거에서 제1당 지위를 잃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 EU와 북아일랜드의 무역 규정에 관해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1년 발효된 이 북아일랜드 협약으로는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교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르면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섬 사이에 국경이 그어져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물품은 국내 이동인데도 불구하고 검역·통관을 거쳐야 한다.
벨파스트 협정에 따라 아일랜드섬 내 이동이 자유롭게 하려다가 나온 방안이었다.
그러나 민주연합당이 영국과의 사이에 장벽이 생긴다고 항의하며 작년 2월부터 연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북아일랜드에선 행정부 구성이 되지 않는 등 진통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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