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또 나치타령, 왜?…"전쟁 계속하려고 역사왜곡·선동"

입력 2023-02-22 11:50  

푸틴 또 나치타령, 왜?…"전쟁 계속하려고 역사왜곡·선동"
침공 직후 탈나치화 선언 뒤 국민에 계속 '변주'
"국민 자긍심·트라우마 자극해 '선과 악' 여론몰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을 또다시 나치와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이는 장기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러시아 내부의 전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여론몰이 전략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자리 잡은 신나치 체제의 위협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부대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군 베어마흐트의 상징물을 부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서방이 1930년대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집권을 방관한 것처럼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파시즘 발호를 사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치와 싸운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부터 되풀이된 후렴구로 전황에 맞춰 변주를 거듭해왔다.
처음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탈군사화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탈나치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정권을 친러시아 정권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서방의 시각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나치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가 혐오하는 유대인으로 신나치 리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회와 군부에 신나치 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러시아, 다른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이 나치 프레임에 집착하는 이유는 전쟁을 계속 이어갈 동력과 관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야후뉴스는 푸틴 대통령이 오판으로 저질러진 전쟁을 고전 속에도 계속 지지할 애국 여론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인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를 격퇴한 승전의 역사는 개인과 집단의 자긍심 그 자체다. 그런 심리 때문에 나치를 꺾으려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주장에는 러시아인의 여론을 움직일 힘이 잠재한다.

야후뉴스는 "악질적 역사왜곡이고 파시즘에 맞서다 엄청나게 희생된 소련인들의 유산을 파괴할지언정 정치적으로는 현명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전 명분을 나치와의 투쟁에 두면서 이번 전쟁에 대한 자국 여론을 이분법으로 변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러피언대학의 역사학자 이반 쿠릴라는 그가 국민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옳은 편에 있다는 생각을 심는다고 말했다.
쿠릴라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치는 중대한 이야기 방식"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이를 통해 선과 악,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이냐는 기본 생각을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나치와의 전쟁론은 우크라이나 전황에 맞춰 계속 바뀌어가고 있다.
전쟁 직후에는 젤렌스키 신나치 정권에 탄압받는 우크라이나인을 구원하기 위해 정의로운 군사작전이 시작된다는 뼈대가 나왔다.
최근에는 신나치 세력을 비호하는 외부 주적의 공격에 저항해야 한다는 식으로 선동 방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이는 속전속결을 기대한 침공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지원 때문에 장기전에 빠진 데 따른 보강작업으로 관측된다.
쿠릴라는 "역사적 메타포였던 것이 실제로 피를 쏟는 지경에 이르자 더 큰 힘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는 학생들이 2차 대전 퍼포먼스를 하거나 뉘른베르크 나치 전범 재판을 재연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가판대에서 파는 역사잡지에는 2차 대전 때 러시아와 동맹이던 서방국들이 사실은 나치 추종자였다는 식의 주장이 빼곡하다.
러시아 선동 전문가인 타마라 아이델먼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기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델먼은 "냉전기 소련에서는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이 나토 헬멧에 파시스트 옷을 입고 있는 캐리커처가 보이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집권 말기 이후에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증오와 국수주의가 있다"고 러시아 분위기를 전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