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지방선거 자금 지원 거부…대통령 "선거 개최 불가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가부도로 국고가 바닥난 스리랑카가 선거조차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가 21일 보도했다.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스리랑카 재무부는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용지 인쇄, 치안 병력 동원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니말 푼치헤와 선거관리위원장은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풀어주지 않기 때문에 선거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대법원에 알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내달 선거 개최가 어렵다고 보고 연기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우편투표를 위한 선거 용지 배포는 이미 연기된 상태다. 이번 선거에는 약 100억 스리랑카 루피(약 360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공무원 급여·연금 지급, 필수 서비스 유지에도 국고가 부족한 상황이라 선거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선거 연기 움직임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콜롬보의 의회 앞에서 선거 개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한 혼란 때문에 의회는 정회됐다.
선거 관련 시민운동가 로하나 헤티아라치치도 "선거관리위원회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며 이미 의회가 관련 자금을 배당하기로 결정한 상태라 대통령으로선 선거 연기와 관련해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전임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사임한 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돌발 상황 속에서 국가 수장이 되기는 했지만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그가 이끄는 통합국민당(UNP)의 의석은 1석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스리랑카는 지난해 9월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대한 실무진급 합의를 했으며 IMF 이사회 승인 등을 위해 각종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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