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3 탑재한 EQS 탑승해 국내 언론 첫 실제 프리웨이 체험
주변차량 빨라지자 속도 대응엔 다소 어려움…"시속 130km로 높일 것"
(서니베일[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쪽 서니베일의 베이쇼어 프리웨이.
테스트 트랙이 아닌 미국의 실제 고속도로에서 정말 운전대를 잡지 않은 채로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까.
국내로 치면 고속도로인 프리웨이에는 통행량이 슬슬 많아지는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적지 않은 차들이 씽씽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QS의 자율주행 레벨3을 실제 도로에서 체험한 건 국내 언론 중 처음이다.
레벨2와 달리 비상시에만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3은 벤츠뿐 아니라 전세계 완성차 브랜드가 아직 양산차에 탑재하지 못한 자율주행 단계다.
자율주행 레벨3은 정식 출시된 기능은 아니다. 이 때문에 벤츠 자율주행 담당 엔지니어로 일한다는 바우어 사이먼이 운전을 맡았다. 기자는 조수석에 앉아 레벨3이 탑재된 EQS에 몸을 맡겼다.
출발점은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의 한 호텔. EQS 조수석에 탑승하자마자, 운전대를 놓아둔 채 운전 중에 게임도 할 수 있다는 사이먼의 말에 레벨3에 대한 설렘보다는 불안감이 앞섰다.
운전자보다 더 긴장한 기자를 태우고 EQS는 호텔을 빠져나와 페리미터 로드에 진입했다.
우선 자율주행 레벨2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기능을 작동시켰다. 계기판에는 차 전방과 측면을 주행하는 차량이 이미지로 시각화돼 시스템이 주변을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레벨2는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자율주행 수준이어서 애초 큰 걱정이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해진 속도에 맞춰 차가 스스로 가속과 감속을 했다.
차로를 유지하며 잘 가던 중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왼쪽으로 차로를 변경했다. 차로를 수동으로 변경했다고 생각했지만, 운전자 사이먼은 "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차가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가 가깝다고 판단해 차로를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오자 갑자기 사이먼이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곧장 중앙의 디스플레이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계기판에는 '시스템이 운전을 요청할 경우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가 나왔고, 스티어링휠 측면에 녹색 불이 켜졌다.
사이먼은 "이제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도 된다"며 중앙 디스플레이에 설치된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는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중간중간 전방 주시를 하면서도 공을 튕기는 간단한 게임을 함께 즐겼다. 계속해서 주변을 힐끗힐끗 살펴보던 기자와 달리 여유가 느껴졌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5분 넘게 자율주행이 이어졌다. 레벨2 자율주행이었다면 진작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음이 울릴 시간이었지만, 아무런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불안함이 안도감으로 바뀌던 순간 갑자기 계기판에 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왔다. 사이먼은 재빠르게 운전대를 다시 잡더니 자율주행을 레벨3에서 레벨2로 한단계 낮췄다.
경고는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시스템이 앞차와의 거리가 멀어져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벤츠의 자율주행 레벨3 시스템은 앞차와의 거리가 멀어졌을 때, 공사 현장을 지나갈 때, 센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한다.
레벨3 자율주행의 최고 속도가 시속 40마일(64㎞)로 제한돼 있어 주변 차들의 속도가 빨라지자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고속도로의 차량 흐름이 원활해 속도가 빨라지면 최고속도가 낮은 레벨3 자율주행을 계속 작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벤츠는 자율주행차의 사용성 확대를 위해 추후 최고속도를 시속 13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레벨3과 레벨2를 번갈아 작동하며 30분간의 주행을 마쳤다. 시속 64㎞를 넘는 고속 구간이 많아 대부분의 주행은 레벨2로 이뤄졌다.
자율주행 체험을 마친 뒤에는 한번의 충전으로 1천202㎞ 주행에 성공했다는 콘셉트카 '비전 EQXX' 조수석에 탑승했다. EQXX는 0.17Cd의 공기저항계수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주행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콘셉트카다.
차량 지붕에 초박형 태양광 배터리가 장착됐고, 내부 인테리어에는 버섯 소재의 가죽, 재활용 플라스틱, 대나무 등이 소재로 활용됐다.
효율성을 중시한 차라서 최고속도는 시속 140㎞로 제한됐다. 이번 주행에서는 높은 전비를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가속을 자제하고 제동을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정숙성이나 승차감은 일반적인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분간 주행을 했지만, 전비의 효율성을 체감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전비는 12.2㎞/kWh가 나왔다. 전비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전기차의 6㎞/kWh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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