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근로·사업소득 16% 안팎↑…상위 20%는 공적이전 17%↓
고령층 중심 고용 호조·소상공인 손실보상금 분배에 영향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지난해 4분기 하위 20%(이하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상위 20%(이하 소득 5분위) 고소득층의 2배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을 받아 소득 분배 여건도 개선됐다.
지난해 말 고용시장 여건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좋았던 데다 2021년 말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원 효과가 소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하위 20% 소득 증가율 6.6%…상위는 2.9%
통계청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 기간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7천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천42만7천원으로 2.9%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증가율이 2배 이상 높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15.6%, 사업소득은 16.0%나 늘었다.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5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14.4% 감소했다. 특히 공적이전 소득이 17.4% 급감했다.
즉 1분위 가구의 시장소득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5분위 가구의 공적이전 소득은 크게 줄면서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이처럼 높았던 것이다.
정부와 통계청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첫 번째 원인으로 고용시장 호조를 꼽았다. 최근 고용시장에서 고령자의 취업 여건이 좋았던 점이 고령자 1인 가구가 많은 1분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공적이전 소득 감소는 2021년 말 지급됐던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소멸 효과다. 지난해 말에는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다 보니 사업소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5분위 가구에서 소득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으로 봐도 1분위가 7.1% 늘어나는 동안 5분위는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 1분위 음식·숙박 25.4%↑…5분위 가사 14.4%↓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0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는 455만2천원으로 6.7% 늘었다.
1분위의 경우 음식·숙박 관련 지출을 25.4%, 오락·문화 지출을 17.6%, 주거·수도·광열 지출을 12.6% 늘렸다. 5분위는 음식·숙박비를 17.1%, 교육비를 16.6% 늘린 반면 가사용품·가사서비스 비용을 14.4% 줄였다.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21.1%), 주거·수도·광열(20.0%), 음식 숙박(12.5%) 순이었다. 이에 비해 소득 5분위 가구는 음식 숙박(15.5%), 교통(15.0%), 식료품·비주류음료(12.4%) 순이었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35만원의 적자 살림을 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이 36.7% 비중을 차지한다.
1분위 중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적자가구 비율은 59.5%로 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5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월평균 374만3천원의 흑자를 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이 45.1%에 달했다.
◇ 상·하위 소득격차 5.71→5.53배…시장소득 격차도 줄어
1분위의 소득이 5분위보다 크게 늘면서 분배도 개선됐다.
4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3배를 기록했다. 1년 전 5.71배보다 0.18배포인트 줄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다. 배율이 작아진다는 것은 빈부 격차, 즉 분배의 개선을 의미한다.
시장 소득으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4분기 중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0.38배로 1년 전 11.70배보다 상상 폭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정원 복지경제과장은 "저소득가구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지만, 고물가와 경기둔화 우려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면서 "정부는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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