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 결정, 인상 기조 끝났다는 뜻 아니다"
"금리 인하 논의, 시기상조…몇 개월 새 변화할 여건 아냐"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중 다섯 분이 당분간 최종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한 분은 3.50%로 동결이 적정하다는 의견, 나머지 다섯 분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이에 대해 "이런 배경에서, 시간을 두고 추가로 올릴 필요가 있는지 고려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목표 수준인 2%로 간다는 확신이 들면 논의할 것"이라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이번에 금리 동결 의견을 낸 금통위원 중 최종금리를 3.7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나
▲ 최종금리에 대해 한 분은 3.50%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고, 다섯 분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모두발언 마지막에 이번 동결의 의미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것은 아니라고(한 것이다.) 시간을 두고 과거처럼 추가로 올릴 필요가 있는지 고려하겠다는 결정이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 동결 결정 배경은.
▲ 이번 동결 배경에서 가장 컸던 것은 물가 경로에 대한 견해차다. 경기도 고려하지만, 한은이 생각하는 물가 경로대로 흐름이 이어진다면, 더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보다 지금 수준에서 물가 경로가 그대로 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둔 것이다.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불안 때문에 물가를 희생하면서라도 (동결)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도 않고, 한은의 의도와도 다르다.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왔던 디스인플레이션 경로로 (물가 흐름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지켜본 다음에 하자는 것이었다.
--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내용이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됐는데, 추가 인상을 고려하되 정책 전환은 없음을 명확히 하는 의미인가
▲ 과거 상당 기간을 6개월 정도로 이해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상당 기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물가 경로가 예상에 부합해서 장기 목표인 2% 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되면 그때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그 이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 물가 경로가 목표치인 2%로 간다는 확신이 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연말쯤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데, 데이터가 이 정도면 2%로 가겠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가서 논의할 것이다.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한 것은, 앞으로 한 몇 개월 사이에 그런 변화가 나타날 여건은 아닌 것 같다.
--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어느 정도까지 적정수준이라고 판단하나.
▲ 환율이 물가 경로에 주는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이지만, 1,300원이나 1,400원 등 특정 환율 수준에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최근 환율 변동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율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금융시장 안정이나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한미 금리차도 마찬가지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특정 적정 수준은 없다.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환율 절하를 어느 정도 용인할지, 외환보유고로 쏠림현상을 막을지, 금리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모든 선택지를 놓고 정교하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 오늘 수정 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에서 3.5%로 낮춰잡았는데, 그 배경은.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전망을 하향한 이유는.
▲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낮춘 가장 큰 원인은 유가다.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유가 평균을 93불 정도로 예상했는데, 이번 전망에서는 84∼85불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요금은 작년 수준 인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실제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예상치를 변경해야 할 상황이다.
-- 물가 전망을 내렸는데, 3.75%까지 최종금리 수준을 열어두는 금통위원은 늘었다. 유가 때문에 물가 전망은 하향했지만 상방리스크가 더 크다고 보는 상황인 것인가.
▲ 물가에 상방리스크가 있는 것은 맞고, 미국 통화정책과 차이가 크게 멀어질 경우 시장 영향도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파악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비유를 들면 좋을 것 같은데,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안개가 가득해서 방향을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차를 세우고 안개가 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 또 갈지 봐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우리 경제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중국 경제 성장은 우리에게 긍정적 효과임이 틀림없다. 다만 미국과 하는 칩4,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중국 경제 회복이 소비재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 등이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는 걱정은 있다. 과거 중국 경제가 1% 정도 성장하면, 한국도 0.2∼0.25% 정도 오르는 것이 기본 모델 수치였는데, 이번엔 절반 정도로 내부 전망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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