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매트리스, 스마트 시대 열어갑니다"

입력 2023-02-25 07:03   수정 2023-02-25 08:30

[스타트업 발언대] "매트리스, 스마트 시대 열어갑니다"
숙면 유도 자동 온도조절 매트리스 개발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사용자 수면 데이터를 모으고 상호작용하면서 잠의 질을 높여주는 스마트 매트리스가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안마의자처럼 가정에서 사용될 겁니다."
기술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슬립테크'(Sleep-tech) 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침대 매트리스의 스마트화를 이끄는 '삼분의일'이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삼분의일은 하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시간을 완벽한 수면으로 채워주는 사업을 한다는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이다.
이색적인 회사 이름은 그런 취지로 지었다고 한다.


업력(業歷)이 그다지 길다고 할 수 없는 팀원 35명 규모의 작은 기업이지만 글로벌 화학업체 다우(Dow)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는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매트리스 시장에서 괄목할 행보를 보인다.
전주훈(40)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강남대로 소재 자사 제품 체험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마트 매트리스가 미래 매트리스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0.3% 수준에 그쳤던 안마의자의 가정 보급률(거실 침투율)이 현재 4%대로 10배 이상 치솟았다며 향후 5~10년 안에 스마트 매트리스가 안마의자처럼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 직접 겪은 불면증이 창업 자산으로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나온 전 대표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꾸어 전공과는 다소 동떨어진 분야의 창업에 도전했다.
레스토랑과 가사도우미 연결 플랫폼을 만들어 두 차례 창업에 나섰다가 연거푸 쓴맛을 봤다.
잇단 사업 실패로 인한 심한 좌절감과 스트레스는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원래 저는 잘 자는 사람이었는데, 직접 불면증을 겪으면서 숙면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이전 사업 경험을 통해 큰 문제를 풀면 큰 비즈니스가 된다는 교훈을 얻었는데, 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대표가 이렇게 수면을 테마로 잡아 시작한 세 번째 사업은 잠자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매트리스를 협업 방식으로 생산해 D2C(소비자 직거래) 방식으로 파는 것이었다.


대기업이 장악한 스프링 침대 중심의 매트리스 시장에서 틈새를 찾았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생소했지만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내놓은 것이다.
매트리스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온라인 판매 기법을 도입하고, 자체 개발한 압축박스 포장 기술을 활용한 택배배송으로 물류 체계를 혁신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사용해 보고 하자가 없어도 반품할 수 있는 '100일 체험' 서비스로 소비자 시선을 끌었다.
삼분의일은 이런 혁신적 사업 전략에 힘입어 첫 제품 출시 후 1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대에 올라섰다.

◇ 엔비디아 방식 성공 모델 꿈꾼다
짧은 기간에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서 빠르게 지명도를 높인 전 대표는 엔비디아 방식의 성공 모델을 가슴에 품고 있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이 1993년 세운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로 군림해온 인텔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해 골리앗을 꺾은 다윗으로 불린다.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2월 23일 종가 기준)에서 엔비디아(5천821억 달러) 몸값은 인텔(1천59억 달러)의 5배를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성공 비결로는 인텔이 이미 장악한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수요가 폭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분야에 일찌감치 집중했던 점이 꼽힌다.
"성장하면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위아래로 막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만으로 국내 매트리스 시장판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 거죠."



삼분의일은 새로운 사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5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슬립테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조사했다.
또 글로벌 매트리스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페인 포인트'(문제점)를 파악하고, 그간 축적해 놓은 자체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매트리스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걸 분석했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삼분의일은 슬립테크 중심의 스마트 매트리스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가기로 했다.

◇ 디지털 입은 매트리스…숙면 온도 자동 조절
전 대표에 따르면 슬립테크 개념은 2000년대 들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면 상태를 측정해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이 슬립테크의 중심이었고, 수면의 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솔루션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주는 솔루션이 뭔지를 놓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관 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순 측정을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솔루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슬립테크 분야에서 최근 두드러진 또 하나의 흐름은 수면 측정 제품들이 신체에 부착하는 구속적 장치에서 비구속적인 방법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 대표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눕기만 하면 수면의 질을 파악해 개인화된 숙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매트리스라고 했다.
삼분의일은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온도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 매트리스를 오는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몸에 닿는 매트리스의 표면온도를 자동 조절해 수면의 질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매트리스의 경도(硬度) 등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왜 온도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온도에 집중한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의 수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고요.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효용감을 안기는 경험재가 된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한번 사용해본 고객은 평생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삼분의일이 개발한 스마트 매트리스는 하드웨어와 아이폰 운영체제(iOS)·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의 조합이다.
하드웨어는 메모리폼 재질의 매트리스, 펠티어 반도체 소자로 물을 냉각·가열하는 스피커 모양의 슬립큐브, 수면 상태 측정 센서가 부착된 슬립 스퀘어 커버로 구성된다.
사용자가 스마트 매트리스에 누우면 커버에 내장된 센서가 작동해 호흡수와 심박수를 측정하고, 측정치에 맞게 냉각 또는 가열된 물이 흘러 들어가 숙면 환경에 가장 적합한 수준으로 매트리스 표면 온도를 조절한다.
10일가량 침대에 눕기만 해도 수집되는 각종 수면 데이터를 이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이뤄져 지문처럼 개인화된 최적의 온도 알고리즘이 생성된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온도를 자동으로 높이거나 낮추는 기능을 넣어 껐다 켰다 하는 불편을 없앤 스마트 매트리스가 국산으로 출시되는 것은 자사 제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획 단계를 포함해 2년 6개월 정도 걸린 개발 작업은 삼성전자 출신 전문가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해 진행했다고 한다.
삼분의일은 올 6월 공식 출시에 앞서 내달 중 시범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 대표는 스마트 매트리스 가격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같은 사이즈의 유명 브랜드 일반 제품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의 제안 "함께 사업합시다"
삼분의일은 작년 11월 폼 매트리스 주요 원료인 폴리우레탄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다우(Dow)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다우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이 협약은 원료 공급과 제품 개발 단계에서 협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다우가 폴리우레탄 원료 개발부터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는 전 과정에서 매트리스 판매 유통업체와 협업하는 것은 삼분의일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전 대표는 "원료인 메모리폼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매트리스 밀도와 경도(硬度)가 달라진다"며 이 협약으로 다우 원료를 사용해 삼분의일이 원하는 매트리스 질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우가 자사를 협업 대상으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선 "매트리스 시장의 혁신성 측면에서 스마트 매트리스 출시를 준비하는 우리가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삼분의일은 지난해 수면 데이터와 수면 상태 측정 센서를 연구·개발하는 바이텔스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것이다.
바이텔스의 수면 측정 센서는 수면 시간, 뒤척임, 호흡수 등의 생체 데이터와 시간당 코골이 횟수를 토대로 수면 무호흡증 여부에 관한 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고 한다.
전 대표는 스마트 매트리스 개발을 추진하면서 수면 무호흡증까지 잡아내는 바이텔스의 기술력이 필요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삼분의일은 바이텔스 인수를 계기로 대기업 중심으로 굴러가는 슬립테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슬립테크 첫 제품으로 내놓는 스마트 매트리스에 바이텔스 기술을 적용하고, 스마트 매트리스에 연계된 앱으로 불면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바이텔스의 박찬용 대표가 이끄는 수면연구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15년 바이텔스를 세운 박 대표는 성균관대 DTx 연구교수를 맡고 있는 슬립테크 분야 전문가라고 전 대표는 전했다.


◇ 슬립테크 분야 1호 상장 기업 목표
매트리스는 일반적으로 결혼이나 이사 등 특별한 이벤트에 맞춰 구매하는 제품이어서 교체 주기가 비교적 긴 편이다.
이 때문에 비정기적인 방식의 구매 패턴을 어떻게 하면 정기적인 구매로 바꾸어 매출로 연결할지가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이 문제에 대해 전 대표는 매트리스를 물리적인 침구로 보지 않고 구독 기반의 수면 비즈니스 대상으로 접근하는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매트리스를 스마트 기능을 장착한 디지털 제품으로 만들어 초기에는 앱에 연계한 개인화 수면 알고리즘을 무료로 제공하다가 다양한 부가 기능을 더해 만족할 만한 알고리즘이 됐을 때 매월 사용료를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 모델을 수면 질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서비스형 수면 소프트웨어'(Sleep As A Service, SaaS)로 발전시켜 기존 매트리스 시장을 혁신하는 데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분의일이 수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 슬립테크 분야에서 1호 상장 기업이 돼야죠."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