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밀당하는 걸프국…우크라전 1년째 '전략적 모호'

입력 2023-02-23 15:51   수정 2023-02-23 15:54

미국에 밀당하는 걸프국…우크라전 1년째 '전략적 모호'
"국익이 우선" 사우디·UAE 등 대러제재 적극 거부
제재 회피처 제공도…미, '우리편에 서라' 압박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동 걸프국들이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신냉전 격랑 속에 균형을 지키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안보 전문가들은 걸프국들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고 주목한다.
일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 있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은 러시아의 고립을 위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국의 주권을 침해한 국제법 위반 책임을 러시아에 함께 묻자는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걸프국의 이런 행보는 대러 제재와 이를 뒷받침할 미국과의 협력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실용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디, UAE,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은 작년에 모두 8년 만의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달러가 국고에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그 과정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와의 제휴를 지속했고 미국의 증산 요구도 거절했다.
러시아는 에너지값의 고공행진 덕분에 광범위한 제재에도 작년 국가경제 타격을 국내총생산(GDP)의 2.1% 감소 선에서 선방했다.
중동 일부 국가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제재 효과를 희석하는 데 도움까지 주고 있다.
특히 UAE 두바이의 부동산 시장은 우크라이나전 덕분에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러시아의 친정권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서방의 제재를 피해 떼를 지어 자산을 숨기고 휴양하러 몰려들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도 두바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매체 데일리 사바에 따르면 작년에 튀르키예에서 부동산을 가장 많이 취득한 국가는 러시아였다.
러시아 기업들은 심지어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고 있는 중동 최대의 무기 박람회인 국제방위산업전시회(IDEX)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우크라이나, 이들의 적국이거나 전략적 경쟁국인 러시아, 중국이 나란히 포진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신지아 비안코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중동 국가들이 양자택일 줄서기가 국익에 안 맞는다고 보는 게 확실하고 그래서 미국 요구를 아직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걸프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전이 발발한 날부터 지금까지 위험을 회피하려는 행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라시스대학 베이커연구소의 정치학자 크리티안 울리히센도 "강대국의 경쟁과 전략적 다툼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게 처음부터 명확했다"고 말했다.
울리히센은 "미국으로서는 지역 파트너들에게 자기 편을 들도록 하는 데 있어 그 정도 수준까지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중동의 애매한 자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 경제의 고립이 예상한 대로 나타나지 않자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대표단은 지난달 말 UAE, 튀르키예를 찾아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다가는 주요 7개국(G7) 시장에서 차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UAE는 자금세탁과 테러지원을 막기 위해 미국과 대책을 논의했다며 양국 정부가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발표했다.
메블륫 차부쉬오울루 튀르키예 외무부 장관도 지난 20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난 뒤 자국이 러시아 독자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러시아가 튀르키예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회피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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