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고문으로 죄 허위 자백…가족에도 알리지 않고 형 집행"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에서 테러 혐의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은 쿠르드 분리주의 정치 활동가의 형이 23일(현지시간) 집행됐다.
국영 IRIB 방송은 이날 쿠르드계 분리독립 조직 '코말라'의 조직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아라쉬 아흐마디(29)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아흐마디는 2018년 8월 케르만샤주의 마을 라반사르에서 경찰 간부를 암살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1년 출국하려다가 당국에 붙잡혔다. 재판에서 아흐마디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IRIB는 이날 아흐마디가 죄를 자백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방영했다.
이란에서 죄수들이 자백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며, 이는 고문과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인권단체는 주장한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아흐마디의 형 집행은 가족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쿠르드인권네트워크'(KHRN)는 성명을 내고 "아흐마디가 심각한 고문을 받았고, 이를 견디다 못해 죄를 거짓으로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분리독립 조직 '이란쿠르드민주당(KDPI)', 코말라 등을 테러 단체로 간주한다.
이들 조직이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조장한다는 것이 이란의 주장이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는 쿠르드계 이란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쿠르드계 분리독립 조직원 4명이 이란에서 간첩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형 집행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중국 다음으로 사형 집행이 많이 이뤄지는 나라다.
IHR은 올해에만 이란에서 87명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집계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이란에서 500명 이상이 교수형에 처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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