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식품 장관 "4주 추가 지속 전망…순무 등 제철 국산 채소 권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의 채소와 과일 공급난이 몇주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원인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테리즈 코피 영국 환경식품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긴급 질의에서 "이 사태가 2∼4주 이어질 것 같다"며 "유통업체들과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최대 슈퍼마켓인 테스코를 포함해 4개 주요 유통업체는 이번 주에 토마토, 고추, 오이, 상추 등의 1인당 구매량을 2∼3팩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테스코는 빈 선반을 가리려고 오렌지와 오이 사진을 붙여두기까지 했다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
코피 장관은 하원에서 답변 중 국민에게 상추, 토마토보다는 순무 같은 제철, 국산 채소를 먹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토마토의 경우 겨울엔 소비량의 95%가 수입이라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
코피 장관은 이번 채소·과일 공급난이 모로코와 스페인 등의 이상 기후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더 타격을 입은 데서 볼 때 정부의 정책 실패와 브렉시트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셜미디어에는 스페인 슈퍼에 채소가 가득한 모습과 함께 영국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BBC는 이번 겨울 에너지 요금 부담 때문에 영국 내 온실 재배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전국농업인협회(NFU)는 전날 총회에서 온실에서 재배하는 토마토와 오이 생산량이 1985년 기록을 시작한 이후 최소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영국은 전기·가스 요금이 1년 만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충분치 않은 점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브렉시트 영향에 관해선 논란이 있다.
BBC는 수입업자나 유통업자들은 브렉시트가 요인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신선식품 수입 시 검역 등은 아직 실행이 안 됐고 모로코는 EU 회원국이 아니니 어차피 브렉시트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유럽 전반에 물량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 EU가 아닌 영국은 가장 마지막에 공급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BBC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신선농산물협회는 신석식품을 싣고 "영국으로 가는 트럭이 빈 채로 돌아와서 수익성이 없다"며 "물건을 싣고 오다가 EU 국경에서 붙잡혀 지연될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인즈베리 슈퍼마켓의 전 사장인 저스틴 킹은 BBC 인터뷰에서 정부가 온실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지 않은 점과 브렉시트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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