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확대, 원화 약세 압력 가능성 작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2.0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24일 나왔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4.50∼4.75%로 한미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p)로 유지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가 전날 금리를 동결해 앞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은 최대치를 기록한 2000년 5∼9월 당시 1.50%포인트를 넘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연준이 오는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최대 2%포인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가 원화의 추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시중 금리는 2.00%포인트 수준의 역전 폭을 반영하고 있다"며 "현재 '달러 리보 1년 금리와 한국 1년 만기 국고채 금리 간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2.03%포인트 수준으로 미 연준이 6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 후 예상되는 정책금리 역전 폭 수준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인데다, 국내 경상수지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낮춰준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 정책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역전된 국면은 2000년 5∼9월과 2006년 5∼7월 두 차례 있었다.
2000년 5∼9월 당시에는 미국 경제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침체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이었고 2006년 5∼7월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초기 때이다.
두 시기 모두 미국 경제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하기 시작한 국면이었다.
박 연구원은 "두 차례 정책금리 역전 국면에서 국내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 수급 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최근에도 경상수지 흐름이 불안하지만, 앞선 두 차례 국면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과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로 국내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개선될 공산이 큰 데다 최근 증시로 외국인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 대한 불확실성에 달러화가 재차 반등했지만, 추세적으로 약세 흐름으로 복귀할 여지가 높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다음 달부터 가시화하면 국내 경기의 저점 통과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신용 위험이 잠재해 있는 점은 정책금리 역전과 원화 추가 약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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