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관행·제도개선 TF "업계 요구 일단 논의 테이블에"
업권별 진입장벽 갈등 해묵은 과제들 수두룩…"실제 실현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전면적인 관행·제도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과도한 중복규제나 불합리한 진입규제를 해소해 달라며 제도개선 요청에 나섰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출범한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은행 예대율 규제를 포함한 다양한 업권별 규제완화 요구를 포괄적으로 접수해 논의 과제로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에서 종합적인 관점에서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만큼 기존에 개별 사안으로는 추진이 어렵다고 봤던 요구사항들도 이번에는 긍정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업계 요구 사항들을 일단 논의 테이블에 다 올려놓고 검토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권 진입정책 점검, 금리체계 개선, 보수체계 개선 등 6대 과제를 TF를 통해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중복 규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예대율 규제가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예대율은 원화대출금을 원화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의 대출을 예수금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함으로써 과도한 신용팽창을 억제하는 동시에 예수금 위주의 자금조달을 유도하려는 게 주된 목표다.
2012년 은행권에 처음 도입돼 상한 한도를 100%로 적용해왔으나, 지난해 10월 자금시장 경색 이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은행권에 105%로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다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레버리지비율 규제 등 바젤Ⅲ 규제 도입으로 예대율을 둘러싸고 이중규제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국내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예대율 규제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에선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나 외환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 과제 중 하나로 제안됐다.
현재 개인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해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지만, 법인은 은행을 통해야만 지급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외환거래도 은행 가상계좌를 거쳐야만 이체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은행권에선 6대 과제 중 하나인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의 하나로 투자일임업 진입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재 은행권의 투자일임업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일부 분야에만 한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밖에 지방은행권에선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비대면 공동 플랫폼 구축 방안을 제안했고, 저축은행권에선 영업구역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6대 검토 과제 중 하나인 금리체계 개선과 관련해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산정방식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태나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례 등을 통해 기준이 되는 금리를 어떻게 형성하는 게 바람직한지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과거 논의 내용을 향후 개선 방향을 잡는 데 반영하기 위해 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업권과 TF 논의를 통해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 어려운 해묵은 과제들이 많다 보니 실제 실현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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