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용 중단'이 보여준 IT 업계의 혹독한 겨울나기

입력 2023-02-26 06:00  

'카카오 채용 중단'이 보여준 IT 업계의 혹독한 겨울나기
인건비에 수익성 악화하자 보수적 채용…투자 끊긴 스타트업은 더 심각
구직 느는데 뽑는 곳은 줄어…개발자 "이직 시도하기도 겁난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최근 카카오가 진행 중이던 개발자 경력 채용을 중단한 것은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정보기술(IT) 업계 채용 시장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총액 기준 업계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대기업 카카오[035720]도 채용 한파를 피해 가지 못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에 구직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에 새 직장을 찾아 나선 인력이 쏟아지고 있지만, 문을 열어 주는 기업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중순 면접을 준비 중이던 경력 지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탈락 처리를 통보했다. 이런 통보를 받은 지원자의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개 안팎의 직군에서 채용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한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IT 업계에 찾아온 호황기 속에 개발자 등의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렸다가 인건비 부담이 늘자 채용 기조를 바꾼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해석한다.
카카오 인건비는 2020년 9천119억 원에서 작년 1조6천871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인건비를 비롯한 영업비용이 늘어난 영향에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은 5천805억 원으로, 2021년보다 2.4% 줄어들며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카카오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던 2018년에도 진행하던 직원 채용을 중단한 적이 있다.


다른 IT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3천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인건비가 2021년 1조5천452억 원에서 지난해 1조7천367억 원으로 12.4% 늘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규 사업 등에 필요한 인력은 계속 채용한다는 기조에 변함은 없다"면서도 "불확실한 대외 환경으로 인해 보수적으로 채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도 전반적으로 채용을 줄이며 비용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2021년 대비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10% 넘게 늘어난 엔씨소프트[036570]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카카오게임즈조차 올해 인력 증가 비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넷마블[251270]은 신규 채용 규모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고 했고, 크래프톤[259960], 펄어비스[263750] 등 대형 게임사들 역시 올해 인력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투자 혹한기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벤처·스타트업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투자금은 1조6천939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7천18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줄었다.
스타트업들은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까지 불사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실정이다.
에그테크(농업기술) 기업 A사는 창업 5년 만에 누적 투자액이 2천400억 원에 달하는 유망 스타트업이었지만, 최근 일선 경영진이 물러나고 일부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총 1천억 원 이상을 투자받은 공유 사무실 스타트업 B사 역시 최근 비핵심 사업 부문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뜻하지 않게 구직 시장에 나오게 된 IT 업계 인력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인적자원 기술 기업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달 채용 플랫폼 원티드를 통해 이뤄진 입사 지원은 16만6천883건으로, 지난해 1월(10만4천560건)보다 59.6% 급등했다.
그러나 원티드에 올라온 신규 공고는 작년 1월 7천 건에서 지난달 5천72건으로 27.6% 줄었다. 공고 수는 작년 5월 8천498건까지 오르며 지난 2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하반기부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판교의 한 3년 차 개발자 장모(32) 씨는 "최근 회사를 옮기겠다며 퇴사한 주변 사람들이 아직 이직을 못 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면서 "나도 올해 말쯤에는 이직해 보려고 했는데 시장 상황 탓에 시도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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