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 대출 확대 영향…"상환 기초체력 부족 사례 나타나"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작년 하반기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며 카카오뱅크[323410],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 3사의 연체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 은행 3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2천915억9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말(1천6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수치는 작년 1분기 말 1천62억원 수준에서 2분기 말 1천392억원, 3분기 말 1천860억원, 4분기 말 2천916억원으로 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별로 보면 토스뱅크의 연체 대출 증가 폭이 가장 가팔랐다.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은 619억원으로, 1분기 말(11억원)보다 56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5배 증가한 920억원, 카카오뱅크는 2배 늘어난 1천377억원이었다.
토스뱅크 측은 본영업 3개월 후였던 작년 1분기 대비 3분기에 대출규모가 4배 가량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신생은행으로서 지난 1년간 대출 규모가 급격히 증대했고, 시장 안정화 정책 속에서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 방향을 유지해 왔다"며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교량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간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충분히 선별했음에도 시장의 악조건 하에서 기초 체력이 부족한 사례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며 "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작년 인터넷 은행의 연체 대출 증가 추이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인터넷 은행 정책 등 상황 전반을 정리해 보고해달라"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인터넷 은행의 여신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비례해 연체 대출 증가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건전성 관리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비율 역시 뚜렷한 악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9%로 1분기 말 대비 0.23%포인트(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6%로 같은 기간 0.11%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3분기 말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67%로 1분기 말보다 0.1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2%포인트 오른 0.76%였다.
토스뱅크의 작년 3분기 말 연체율은 1분기 말보다 0.26%포인트 오른 0.30%,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9%포인트 오른 0.23%였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작년 4분기 말 기준 연체율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3분기 말 기준으로 연체율은 케이뱅크가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리스크 관리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저신용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연체율이 일정 수준 상승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저신용 대출 확대를 지속하면서도, 대안정보 활용 확대 등 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해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 달성에 집중했는데, 고금리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권 연체율 상승 추이를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금융권 연체율 상승 추이를 정밀 분석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선제적 지원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사들이 평상시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충당금과 자본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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