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몰든 한인타운 지역구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
집집마다 방문 유세…기차 타고 웨스트민스터 의원회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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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자, 타세요!"
영국 자유민주당 대표인 에드 데이비 하원의원이 아담한 갈색 미니밴 운전석에 앉아 웃으며 손짓했다. 뒷좌석엔 보좌관이 타고 있었다.
영국 하원의원의 의정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데이비 대표의 '킹스턴과 서비튼' 지역구와 웨스트민스터 일정에 직접 동행했다.
먼저 10일 오후 런던 남서부 외곽 서비튼에 있는 데이비 대표의 자택 앞에서 만나 그의 차량으로 함께 약 10분 떨어진 행사 장소로 이동했다.
2016년에 장만했다는 포드 차는 기본적 기능만 갖춘 듯 했고 주행거리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내비게이션도 없었다. 지역에서 26년을 지내며 골목을 속속들이 외운 듯했다. 길에서도 지도 앱을 보지 않았다.
데이비 대표는 1997년 처음 당선된 이래 6차례 선거에서 승리했다. 중간에 2년(2015∼2017년)은 보수당에 지역구를 넘겼다가 되찾아왔다. 유럽 최대 한인 타운 뉴몰든이 그의 지역구다.
데이비 대표에게 업무용 차냐고 물어보자 "그런 건 따로 없다"고 했다.
그는 "아주 부유한 의원이 아니고선 다들 직접 운전한다"며 "다만 내각에서 장·차관 등으로 일하면 차와 기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기름 값은 청구할 수 있지만, 비용이 크지 않고 사적 용도 이용과 구분하려면 번잡해서 해보진 않았다고 했다. 물론, 차로 100m만 써도 청구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했다.
데이비 대표는 "작은 차이지만 슬라이딩 도어가 있어서 장애가 있는 아들이 타고 내리기 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동하는 동안 기자에게 옆자리를 내주고 뒷자리로 옮긴 지역 선거 담당 보좌관은 데이비 대표에게 일정 개요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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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캔버싱(Canvassing)'으로, 집집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런 방식이 금지돼있지만, 영국에선 벽보·현수막 사용이 어려운 반면 방문 유세를 할 수 있다.
이날 주 목적은 내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위한 선거 운동원 확보였다. 홍보물을 우편으로 보내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후보를 위해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날 자원봉사단이 필요하다.
선거비용은 유권자 수 등의 조건에 따라 다른데 데이비 대표 지역구는 약 1만4천파운드(2천200만원)다. 크지 않은 금액이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날은 무작위 방문은 아니고 자민당 지지 성향이 확인된 이들의 명단을 들고 다니는 일정이라 그래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바람이 꽤 부는 금요일 오후, 뚜벅뚜벅 혼자 걸어가서 주소를 확인해 벨을 누르고, 기다리고, 답이 없으면 홍보물을 넣고 다시 이동하길 계속했다. 빈 집이라 허탕을 치는 경우가 3분의 2가 넘었다.
문이 열리면 "저는 지역 하원의원입니다"라고 소개했는데 한 여성은 남편을 참여시키겠다고 하고 한 남성은 문 앞에 한참 세워두고 얘기를 나누는 등 대체로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데이비 대표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지만, 유권자들에게 의정 활동을 알리고 민심을 들을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옆 골목에서 홍보물을 돌리던 한 구의원은 "영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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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끌고 길을 가던 여성은 데이비 대표를 보자 "더는 못 참겠으니 보수당을 끌어 내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연락처도 건넸다.
이 지역은 보수당 후보가 늘 2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데이비 대표는 전엔 보수당을 싫어하기까진 않던 유권자들이 이제는 이렇게 화를 내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데이비 대표를 다시 만난 건 22일 서비튼 기차역에서였다. 매주 수요일 총리와의 문답(PMQ)에 참석하기 위해 웨스트민스터로 가는 길이었다.
소수 야당 대표로서 5주에 1회 질문 기회가 보장되지만 이날은 병원을 많이 짓는다는 보수당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추가 신청해 발언권이 주어졌다.
집에서 역까지 혼자 걸어 온 데이비 대표와 함께 25분간 기차를 타고 런던 남서부 워털루역으로 간 뒤 다시 10여분 도보로 웨스트민스터 의원회관(포트쿨리스 하우스)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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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뒤편 입구에서 만나 올라가는 동안 그 입구를 본인이 8년간 뛰어서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퇴근 시간대에 인파가 몰려서 위험해 분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근 시간이 아닌데도 기차는 만원이어서 겨우 남은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기차 요금은 사비로 낸다고 했다. 2009년 의원 비용 스캔들 이후에 통근 거리에 있는 의원들에겐 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연간 교통요금이 약 6천파운드(약 1천만원) 든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런던에 제공되는 아파트를 이용하지 않아 텔레그래프지 선정 '비용 성인(Saints)'에 이름을 올렸다.
역에서 기차를 탈 때까지 별다른 눈길을 보내는 이가 없었고 기차 안에서도 평범한 승객 한 명으로만 보였다. 의원회관 앞에서야 누군가 인사를 건넸다.
데이비 대표는 방문객 보안검사를 받기 위한 줄까지 기자를 안내해주고 사무실로 먼저 올라가면서 본인에게 전화하면 직원을 내려보내겠다고 했다.
중무장한 보안 요원이 지키는 가운데 공항 수준의 검사를 받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은 책상 4개가 놓인 방과 안쪽의 의원 개인 방으로 이뤄져 있었다. 의원 방도 책상과 낮은 테이블을 제외하고 나면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었다.
다만 창밖을 보니 6선 의원에 당 대표라는 점이 실감이 났다.
왼쪽으로는 템스강, 정면에는 빅벤, 오른쪽에는 웨스트민스터 홀 입구가 보였고, 각도 때문에 빅벤 시계는 잘 보이지 않았다. 경력이 오래될수록 전망 좋은 방으로 옮겨진다고 비서관이 귀띔해줬다.
데이비 대표는 질문 내용에 관해 보좌관과 회의를 한 뒤 PMQ 때 본회의장에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미리 직접 가서 예약해야 한다면서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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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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