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율 10.7%, 18년만에 최저…법인·부가세 4.4조↓, 자산세수 2.3조↓
기재부 "기저효과 빼면 실질감소 1.5조…세입여건은 상당히 어렵다"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올해 1월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조원 가까이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와 부동산·주식시장 침체에 지난해 1월 세수가 많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까지 겹친 결과다.
정부는 올해 세입여건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부터 세수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세수 펑크'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다만 정부는 올해 세수 흐름이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돼 하반기에는 상황이 일부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 1월 국세, 작년보다 6.8조↓…진도율 18년 만에 최저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세수입은 42조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8천억원 감소했다. 이는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 감소다.
올해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1월 10.7%로 2005년 1월의 10.5%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가가치세가 3조7천억원 줄어 감소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법인세는 7천억원, 소득세는 8천억원 각각 감소했다.
교통세는 유류세 한시 인하에 따라 1천억원 줄었고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는 증권거래대금이 줄어 각각 4천억원, 1천억원 감소했다. 관세는 3천억원 줄었다.
모든 세목이 감소한 가운데 주세만 1천억원 늘었다.
◇ "기저효과 빼면 실질감소 1.5조"…자산세수는 2조 넘게 줄어
1월 세금이 작년보다 큰 폭 줄어든 데에는 기저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하반기에 진행한 세정지원으로 2022년 1월로 이연된 부가세, 법인세, 관세 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작년 1월 세수가 크게 늘어 올해 1월 감소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기저효과 영향은 부가세 3조4천억원, 법인세 1조2천억원, 관세 등 기타 세금 7천억원이라고 정부는 추정했다.
1월 세수 감소분 6조8천억원에서 이런 기저효과 영향 총 5조3천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은 1조5천억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올해 1월 세수는 뚜렷하게 감소했다. 진도율이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연초 세수 상황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부동산·주식시장 침체에 자산세수가 2조3천억원 줄어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작년과 비교하면 1월 양도소득세가 1조5천억원, 증권거래세가 5천억원, 상속·증여세가 3천억원 각각 감소했다고 밝혔다.
1월 신고·납부가 진행된 부가세는 세수 이연 기저효과를 제하고도 3천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경기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세수 펑크' 우려…정부 "여건 어렵지만 2분기 이후 회복 전망"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세수가 연초부터 1조원 넘게 줄면서 올해 '세수 펑크'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애초 예상보다 올해 세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해는 작년, 재작년과 달리 세수 여건이 상당히 타이트(tight)한 상황"이라며 "세입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효과를 제외하고도 실질적인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계속 걱정하고 있다"며 "(작년 8월) 세입예산 편성 당시 예측했던 대로 세수 상황이 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월 세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기저효과는 1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자산세수도 당분간은 많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간 세수 상황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 정책관은 "작년에는 세수가 '상고하저'였는데 올해는 경기 흐름과 동일하게 세수도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며 "1분기는 세수 상황이 어려울 것이고 2분기 이후에는 경기 흐름과 같이 세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월 법인세, 4월 부가세,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보면 연간 세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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