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천319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P 다우존스 인다이시스와 골드만삭스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S&P 500대 기업과 러셀 3000 지수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인 2천200억 달러(약 29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석유기업 셰브런은 750억 달러(약 98조7천억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400억 달러(약 52조7천억원), 골드만삭스그룹은 300억 달러(약 39조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들어 기업 고객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같은 기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규모인 135억 달러(약 17조8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4분기 S&P 500대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천890억달러(약 249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8% 줄었다.
이 기간 애플이 195억 달러(약 25조7천억원), 매타가 69억 달러(약 9조838억원), 마이크로소프트(MS)는 55억 달러(약 7조2천4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감소한 것이 올해 자사주 매입 전망에는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기업 자사주 매입에 1%의 연방세 부과가 예고됐지만, 기업들이 서둘러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 기업 자사주 매입이 연방세 부과로 인해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실적 악화 시기를 맞아 주당순이익(EPS)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 주식 수 감소로 이어지는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 가운데 94%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한 기업 비율은 68%로 예년보다 낮은 상태다.
WSJ은 그러나 자사주 매입에 부정적인 정치권이 기업들의 움직임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국정연설에서 기업들이 기록적 이익으로 자사주를 사서 최고경영자(CEO)와 주주들에게 혜택을 줬다고 비판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연방세를 현행 1%에서 4%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WSJ은 자사주 매입세 인상안이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그럼에도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네이션와이드 투자조사 책임자인 마크 해킷은 정치적 압력이 변수라며 지금 상황에서 압력 강도를 예상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정치적 압박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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