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제재 여파…달러·유로화 결제 막히자 위안화로 거래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 결제 비중을 대폭 늘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해 초 러시아의 수출 대금 중 중국 위안화 결제는 0.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월에는 14%로 급등했다.
전쟁 전 50%를 넘었던 달러 결제는 30%대로 감소했고, 유로화도 30%대에서 2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러시아가 기축통화인 달러와 유로 거래를 줄이고 위안화 거래를 늘린 것은 국제사회의 금융제재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3천억 달러(약 396조 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러시아가 달러와 유로를 자유롭게 결제하지 못하게 된 탓에 위안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기업과 국민도 위안화 사용을 늘렸다.
지난해 러시아 기업이 위안화로 발행한 채권은 모두 70억 달러(약 9조2천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 국민의 위안화 외화예금 규모는 지난해 초에는 '제로'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말에는 60억 달러(약 7조9천억 원)로 급증했다.
러시아 내에서 위안화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것은 루블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한 탓이다.
위안화로 외화예금을 할 경우 은행 이자는 루블화 예금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유가 있는 러시아인들은 위안화 예금을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금융 분야 블로거 올가 고갈라제는 "루블화가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율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며 "보유 자산이 가치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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