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찰, 라리사 역장 체포…선로 변경 잘못 지시 책임
철도노조 "여전히 수동으로 운영…철도 시스템 노후화가 원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그리스 열차 충돌 참사는 현재 사고 원인을 놓고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리스 현지 언론매체에선 '인재(人災)'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정 직전(현지시간) 그리스 중부 테실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최소 40명이 숨지고 66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여객열차에는 승객 약 350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공영 방송사 ERT는 50∼60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두 개의 선로 중 같은 선로를 전속력으로 달려오다 충돌한 탓에 피해가 컸다.
두 열차 중 한 대가 탈선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두 열차가 같은 선로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마주 오다가 맞닥뜨린 것이다. 현대적인 철도 시스템에서는 보기 드문 사고라고 국내외 언론매체들은 지적했다.
여객열차는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그리스 제2 도시 테살로니키를 향해 북쪽으로 달리고 있었고, 화물열차는 북부 테살로니키에서 남쪽을 향해 중부 라리사로 가고 있었다.
그리스 경찰은 어느 열차가 잘못된 선로로 들어섰는지 확인하기 위해 라리사·팔레오파르살로스 역장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사고 발생 몇 시간 만인 1일 오후 라리사 역장이 체포됐다.
라리사 역장의 체포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은 이 역장이 여객열차에 선로 변경을 잘못 지시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스 철도 안전 전문가인 아나스타시오스 데데스는 ERT와의 인터뷰에서 사고의 원인을 철도의 신호등인 철도 신호기 고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데데스는 "선로가 비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신호가 보여야 했지만 이 신호기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기관사는 역장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 방향의 신호기도 이 구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정지 신호를 줬어야 하지만 이 신호기도 작동하지 않아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현지 언론매체들은 라리사역 부근에서 열차 정체 현상이 발생하자 라리사 역장이 해당 여객열차에 선로 변경 명령을 내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열차 기관사는 신호기 고장으로 인해 반대편에서 화물열차가 달려오는 줄도 모르고 같은 선로를 2∼3㎞ 정도 질주하다 정면으로 충돌했다.
일부 시신이 사고 현장에서 30∼4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될 정도로 충격은 컸다.
그리스 철도노조는 열차 관제 시스템이 여전히 수동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노후화한 철도 시스템을 사고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고가 난 열차는 그리스의 주요 철도 회사인 헬레닉 트레인의 열차다. 헬레닉 트레인은 2017년 이탈리아 국영 철도회사인 페로비에 델로 스타토가 인수해 현재 트랜 이탈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해당 철도 노선이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간 뒤 철도 시스템의 현대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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