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방차관 "바흐무트 방어는 전략적·비정치적 결정"
대통령 경제고문 "앞으로 필요해진다면 전략적으로 후퇴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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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우크라이나가 사수중인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러시아군이 포위하려고 계속 시도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지원군을 증파하면서 전투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의 북쪽과 남쪽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포위망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로이터는 자사 기자가 지난달 27일 서쪽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쪽으로부터 바흐무트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며 이렇게 전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바흐무트 인구는 7만명이었으나, 지금은 수천명만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바흐무트 사수가 점점 힘겨워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원군을 증파하는 등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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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제28기계여단장 유리이 마댜르 대령은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바흐무트는 견뎌내고 있다"면서도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한 대가가 커지면서 계속 지키기가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육군본부가 올린 텔레그램 영상에서 한 제93여단 소속 장병은 "적군(러시아군)이 조금 잠잠해졌다. (바흐무트) 외곽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때때로 폭발이 일어나고 포탄이 날아오지만 우리는 바흐무트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 아무도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각 방면 전선을 통제하에 유지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전선 지역 도시들에 포격을 지속적으로 퍼부어 "모든 것을 파괴"하고 "고의적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겨울은 이제 지나갔다"며 "정말 어려운 시기였고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에너지와 난방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는 바흐무트의 상황이 여전히 가장 어렵다며 "전투의 강도가 계속 거세지고 있다. 우리 국토를 해방하기 위한 작전을 위해 우리 전사들이 귀환하도록 준비 중"이라며 반격 작전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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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같은 날 밤 자국 TV방송에 출연해 바흐무트에 지원군을 보냈다고 밝혔다. 다만 증파된 지원군의 규모나 임무는 설명하지 않았다.
말랴르 차관은 러시아가 병력 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바흐무트 전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병력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바흐무트를 지키기로 한 결정은 전략적으로 내려진 것이지 정치적으로 내려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1일 오후 6시 기준 전황 업데이트에서 "적군이 계속 진격하고 있다. 바흐무트 시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경제분야 고문인 올렉산드르 로드냔스키 영국 케임브리지대 조교수는 CNN에 출연, 만약 필요해질 경우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용병집단 와그너 그룹의 정예부대를 앞세워 바흐무트를 포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군은 당연히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도시(바흐무트)를 지켜 왔지만, 만약 필요해진다면 전략적으로 후퇴할 것"이라며 "우리가 모든 인력을 헛되이 희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수가 필요한지 여부는 군이 판단할 문제라며 바흐무트 서부 지역은 요새화돼 있기 때문에 설령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더라도 러시아가 그 후에 매우 빨리 진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와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SNS에 올린 오디오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군 증파 소식을 전하면서 "수만명의 우크라이나 육군 병사들이 맹렬히 저항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유혈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작년 하반기에 한때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등의 여러 도시들에서 밀려났으나 그 후로 수십만명 규모의 예비군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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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간 우크라이나는 대체로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해 러시아의 전력을 소모시키는 방어 전략에 치중해 왔다.
서방 측이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탱크 등 무기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최대한 러시아의 전력에 타격을 준 후 올해 봄에 반격에 나서겠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이다.
최근 수개월간 전선 대부분은 교착 상태이며, 러시아가 최근 진격에 성과를 거둔 사실상 유일한 지역이 바흐무트 근방이다.
러시아 측은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면 이 주변 돈바스 공업지역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바흐무트 자체의 전략적 가치는 제한적이라면서도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양측의 전력 소모가 매우 커 앞으로 전쟁의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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