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남부 부흘레다르서 3주간 러 탱크·장갑차 130대 파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최전선 탄광마을 부흘레다르에서 최근 러시아 기갑부대와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전투를 벌여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 130여 대를 파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은 지난주까지 3주간 이어진 이 전투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매복해 있는 지역으로 탱크·장갑차를 열 지어 진격시키는 실수를 거듭하면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며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전투에서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를 최소 130대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 손실은 얼마였는지도 알려지지 않았고 NYT는 전했다.
이 전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농경지 사이 비포장도로와 주변 나무숲으로 탱크를 대거 투입해 맞부딪쳤다.
러시아는 침공 시작 후 항상 해온 것처럼 탱크와 장갑차 10∼20대가 열을 지어 전진하며 공격을 해왔고, 우크라이나는 비포장도로 밖 들판에 지뢰를 매설하고 탱크를 주변 숲 나무들 사이에 매복시킨 채 기다렸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진하는 러시아 기갑부대가 드론에 포착되면 멀리 포병부대의 포격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접근해온 탱크에는 매복한 부대가 탱크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전투가 끝난 뒤 들판에는 러시아의 패배를 증명하는 전차들이 널려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뢰 폭발과 포격, 대전차 미사일에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들이 부흘레다르 인근 들판에 널려 있는 드론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는 부흘레다르 점령에 실패했고, 지금까지 전차 수백 대를 잃게 만든 전술, 즉 탱크와 장갑차가 열 지어 매복해 있는 적을 향해 진격하는 것이 치명적 실수라는 게 다시 증명됐다.
매복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 기갑부대에 맞서 사용해온 대표적인 전술이다.
이 전투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제72여단 제1 기계화대대 부사령관인 블라디슬라우 바야크 중위는 꼼꼼히 준비해온 매복 전술을 설명하며 "우리는 러시아군 전술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준비도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격이 시작되면 러시아군 병사들은 패닉에 빠져 탱크를 들판 쪽으로 돌리지만 지뢰가 폭발하면서 탱크와 장갑차들끼리 뒤엉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NYT는 기갑부대 병사들의 전문성 부족도 러시아군의 골칫거리라고 전했다. 최정예 기갑부대 다수는 이전 전투에서 전투력을 잃었고 그 자리를 우크라이나군 매복 전술에 대한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신병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사령관들은 러시아군이 지난주까지 부흘레다르에서 기갑부대 공격을 고집하다가 너무 많은 장비를 잃어 이제는 전술을 바꿔 보병 공격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러시아 국내에서 전쟁 찬성 목소리로 영향력을 키워온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로부터도 이번 패배에 대해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블로거들은 거듭되는 탱크 공격 실패에 분노해 잘못된 전술을 사용한 장성들을 비난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고 있다.
와그너 용병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은 "숨진 병사들의 친척들이 부흘레다르 공격을 지휘한 장군을 죽이거나 피의 보복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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