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회의 이어 또 파열음…공동성명 채택 쉽지 않을 듯
서방, 우크라 전쟁 비난…러 "미국 정책으로 세계가 재앙"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1일 막을 올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 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끝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이어 이번 행사에서도 국제사회의 다른 현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2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회의 참가국들은 전날부터 거친 언사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입장을 드러냈다.
독일 외교부는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이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선전 공세에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난받아야 한다"며 "인도의 외교 역량은 러시아를 상대로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아예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중국의 외교장관과 별도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뉴델리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러시아가 공격을 끝내기 위해 의미 있는 외교에 나설 준비가 진심으로 됐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를 서방에 대응하는 데에 활용하겠다며 '선전포고'한 상태다.
러시아는 성명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의 파괴적인 정책이 이미 세계를 재앙 직전의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어 이번 회의는 모든 인류를 위해 균형 잡힌 합의로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 장관이 참석한 상태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간 러시아의 입장을 대체로 두둔하며 서방과 각을 세워왔다.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이슈와 관련해 서방 각국과 대립했다.
당시 회원국들은 회의 내용을 압축한 의장 성명에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지난해 G20 정상회의 공동 선언 문구를 포함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만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양국의 이런 입장이 의장 성명에 명기됐다.
결국 이런 이견 속에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공동성명 도출이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국 인도가 지난해 G20 정상회의 공동 선언 수준으로라도 문구 합의를 끌어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회원국 간 시각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EU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성명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대표단이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이날 2개 세션으로 이뤄진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세션에서는 식량·에너지 안보, 테러 대응,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이슈가 논의된다.
이와 함께 각국이 별도로 만나는 양자 회담도 계속된다.
한편 이날부터 4일까지 뉴델리에서는 인도 외교부와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 재단(ORF)이 주관하는 연례 다자간 정치안보회의 '라이시나 다이얼로그'도 열린다.
3일에는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외교장관 회의도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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