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서 '무기 지원의 책임성' 압박 커지고 지원 여론도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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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가 약화하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미국이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말해 우크라이나인들이 환호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미국내 정계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으며 여론도 약화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일부 공화당, 민주당 의원들이 국방부 관리들에게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지출이 어디에 어떻게 이뤄졌는지 캐묻고 책임성을 거듭 언급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면서 워싱턴 내 기류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약속에도 우크라이나 정부도 점점 걱정이 늘고 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을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원 여론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응답자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찬성하는 비율은 48%로, 지난해 5월 조사에서 60%였던 것보다 떨어졌다.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 지원한다는 응답자가 26%로 1년 전의 7%에서 크게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자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언급을 줄이는 등 변화가 조금씩 감지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은 완화된 수준이었고 최근 미 전역을 돌면서도 국내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관련 미국내 여론 약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ABC 뉴스가 지난 24일 바이든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많은 미국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묻고 있다고 언급하자 "얼마나 많이 그렇게 묻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여론 악화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표어) 군중이 그런 건 알고 있고, 공화당 우파가 우리가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독립 유지를 돕는 비용보다 외면하는 비용이 훨씬 더 높을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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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으로 예정된 미 대통령선거도 상황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쪽에서는 대선으로 정계에서 원심력이 커지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쌓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의지가 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이스트팔레스타인 화물열차 탈선 사고 현장 대신 키이우를 방문한 것을 맹비난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중 한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약 없는 백지수표'를 날리고 있다며 이는 "우리 국익과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지하는 공화당 주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는 트럼프나 디샌티스에 지지율이 훨씬 뒤처져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에 이어 에이브럼스 주력전차를 지원하기로 했고 우크라이나는 F-16 전투기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미 하원 내 기류와 여론은 더욱 소용돌이칠 것으로 관측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톰 맬리나우스키 전 의원은 "패트리엇, F-16, 장거리 미사일 같은 것들을 섞어 넣으면 진실의 순간이 더 빨리 다가올 것"이라며 "의회 내 (지원) 찬성론자들이 MAGA의 저항을 극복할 계획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계획이 없다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가진 자원을 절약하고 탄약과 같이 우크라이나에 가장 필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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