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니 등지에서 뇌물 살포 혐의…2019년 합의 사항 어겨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2019년 미국에서 기소 유예를 받은 부패·뇌물 지급 사건과 관련해 합의 내용을 위반해 2억670만 달러(약 2천700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에릭슨은 2019년 외국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준 혐의로 미국 정부에 의해 수사를 받았다.
에릭슨은 2000∼2016년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지부티에서 국영 이동통신업체 사업을 수주하려고 당국자에게 뇌물을 살포했고 이를 위해 에이전트와 컨설팅 업체를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에릭슨은 이 같은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과 과징금 등 10억6천만 달러(약 1조3천억원)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고 미국 검찰은 기소를 유예했다.
이후 이라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의 지배하에 있을 때 에릭슨이 이 단체에 접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에릭슨이 ISIS가 장악하고 있던 이라크 모술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ISIS에 허가를 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이날 이후 에릭슨이 지부티와 중국에서의 혐의와 관련한 사실 정보와 증거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이라크에서의 활동과 관련된 증거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해외에서 벌어진 기업의 부패행위라도 그 기업의 주식이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거나 부패행위가 미국 영토 또는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면 FCPA법에 따라 처벌한다.
이런 합의사항 위반이 확인되자 에릭슨은 혐의를 인정하고 2억67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주 남부법원 연방검사는 "에릭슨은 심각하게 FCPA를 위반했으며 사후 작업을 이행하기로 하고 합의를 했다"며 "그러나 에릭슨이 기소 유예 합의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것은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제 실수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새로운 불법 행위로 기소되지 않았다"며 자사가 관련 문서와 정보를 시기적절하게 미 법무부에 제공하지 않았고 이라크 사업과 관련한 내부 조사 정보를 적절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뵈리에 에크홀름 에릭슨 최고경영자(CEO)는 새 합의가 "역사적 위법 행위를 냉혹하게 상기시켜준다"며 "우리는 그로부터 배웠고 문화를 바꾸기 위한 중요한 여정에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합의에 따라 에릭슨은 벌금 납부 외에도 2024년 6월까지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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