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율 265.7%…한 달 사이 출하 26%↓·재고 28%↑
반도체 빼면 지난달 수출 '플러스'…"반도체 업황 반등 필요"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반도체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이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높은 재고율은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우리 수출과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고율은 계절조정 기준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뒤 백분율로 산출한 값으로 출하 대비 재고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여준다.
1월 반도체 출하지수는 계절조정 기준 71.7(2020년=100)로 전월보다 25.8% 급락했다. 재고지수는 190.5로 같은 기간 28.0% 급등했다.
높은 재고율은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의 결과로 반도체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을 줄이거나, 반도체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의 주력 품목이라는 점에서, 이는 수출 및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장은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의 상황으로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반도체 단가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재고율이 어느 정도 내려가야 반도체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전체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60억달러)를 제외한 전체 수출액은 441억달러로 1년 전보다 0.8%(3억달러) 증가했다. 자동차·이차전지 등 다른 품목이 호조를 보인 결과다.
반도체를 포함하면 전체 수출은 501억달러로 같은 기간 7.5%(41억달러) 감소하며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도체 수출은 42.5%(44억달러) 급감해 7개월 연속 줄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지 않으면 당분간 수출 부진은 불가피해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수출과 무역수지를 보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 여전히 어려운 모습"이라며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에 제약이 불가피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까지 흔들리면서 올해 상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에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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