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항공사 엘알 "마감 시한까지 총리 전용기 탑승 지원자 없어"
공군 예비역 조종사들도 하루 훈련 거부…"민주주의·국가통합 생각할 것"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영 항공사 조종사들이 총리의 해외 출장용 전용기 조종을 거부했다고 현지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영항공사 엘알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방문 때 사용될 전용기의 조종사 및 승무원 지원을 받았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엘알은 성명을 통해 "총리 전용기 승무원 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는 보잉 777기종을 조종할 수 있는 조종사 부족도 한몫했다"며 "과거 수없이 해왔던 것처럼 사내 절차에 따라 승무원 배치 문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엘알은 설립 이래 중요한 국가적 임무를 위해 국가수반의 비행을 담당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9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조종사들의 총리 전용기 보이콧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강행에 대한 반발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입법은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스라엘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주요 도시에서 9주 연속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4일 집회에는 최대 30만 명의 인파가 참여했다.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주요 업종 노동자들은 물론 이스라엘군의 든든한 보루인 예비군에 편성된 전직 장성들까지 사법부 무력화 반대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은 F-15 전투기를 운용하는 이스라엘공군(IAF) 69 비행대대에 편성된 예비역 조종사 40명 가운데 37명이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반대하는 의미로 8일로 예정된 훈련 불참을 선언했다. '해머스'로 불리는 이스라엘공군 69 비행대대는 지난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폭격했던 부대다.
이들은 공군 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오는 8일을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에 관한 담론과 사색을 위해 쓸 것"이라며 "따라서 그날 우리는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작전 행동이 있으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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