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에 "국가안보 위험, 싹을 잘라라"

입력 2023-03-07 11:03  

중국, 홍콩에 "국가안보 위험, 싹을 잘라라"
경찰 출신 홍콩 행정장관 "中, 지난 8개월 홍콩정부 활동 인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 안보 위험의 싹을 자르라고 지시했다.
3년 전 중국이 직접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을 통해 홍콩에서 반대파가 궤멸하고 집회와 시위가 사라진 상태임에도 국가 안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홍콩으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샤바오룽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및 비서장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샤바오룽은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이기도 하다.
리 장관은 "샤 주임은 홍콩에 국가 안보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일부 파괴 세력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우리가 리스크 관리를 하며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국가 안보, 공공의 평화나 홍콩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는 어떠한 움직임도 신속히 타격해야 하며 그들의 싹을 잘라야 하고 그들이 퍼져나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리 장관은 또한 샤 주임이 홍콩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여러 분야가 단합하고 국가 통합을 위한 추진이 진행되는 것에 매우 흡족해하며 지난 8개월간 홍콩 행정부의 업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 안보, 홍콩의 평화와 모든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단속하고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장관은 이와 함께 홍콩 당국이 3년 만에 허가한 집회가 직전에 돌연 취소된 것에 대해 "행사 주최자들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대중 행사가 안전하고 질서있게, 합법적으로 진행될 것을 보장해야 한다"며 "누구라도 그럴 자신이나 능력이 없다면 그러한 행사를 주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홍콩여성노동자연합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5일 노동권, 여성의 권리, 성평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4일 밤 돌연 이의 취소를 공지하면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4일 개막한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콩 경찰은 행사 취소에 대해 일부 폭력적인 단체들이 해당 집회에 참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리 장관은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의 안정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며 사람들은 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홍콩 주민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많은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러한 리 장관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종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시 주석은 퇴장하면서 유일하게 리 장관에게 손을 흔들며 말을 붙였다. 중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리 장관을 인정하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해 94%의 지지율로 당선된 리 장관은 첫 경찰 출신 행정장관이다.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이 제정해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홍콩 민주 진영 활동가 대부분이 투옥됐거나 해외로 망명했으며, 민주진영 주요 노조와 시민단체, 언론 매체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홍콩 제2야당인 공민당도 자진 해산했으며, 제1야당인 민주당의 후원금 모금 행사는 2년 연속 섭외했던 장소의 막판 취소로 열리지 못했다.
반정부 시위로 1만명 이상이 체포됐고, 작년 말 기준 정치사범은 522명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는 홍콩에 국가 안보와 관련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SCMP는 중국이 홍콩 업무에 관한 보고 라인을 현재 국무원(내각)에서 공산당 직보로 변경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홍콩 업무에 대한 당의 감독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미중 긴장 속 홍콩에 대한 당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컨설턴트는 SCMP에 "거리에서의 폭력적인 충돌은 더이상 없지만 홍콩의 국가 안보는 여전히 지정학적 긴장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금융 허브로서 홍콩은 중국보다 더 많이 노출됐고 이에 서방은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중상모략하며 중국을 공격하려고 한다"며 "홍콩이 고조하는 미중 긴장으로부터 떨어져 있기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홍콩이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중국 본토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홍콩 싱크탱크 즈밍연구소의 후이칭 이사는 중국과 서방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홍콩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홍콩에 대한 전반적인 관할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홍콩이 중국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기에 홍콩은 예전처럼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국제도시보다는 중국 본토에서 상대적으로 개방된 도시로 위상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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