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집 불허로 신병 공급 차질…프리고진 "경쟁력 훼손" 반발
서방 "우크라에 기회" vs "전력 투입 효용 떨어져" 의견 분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측의 공세를 주도해온 용병단체 와그너 그룹이 병력 고갈로 전력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사령부 대변인은 "와그너 용병 대부분이 바흐무크에서 죽었다"며 "와그너그룹이 용병 손실로 러시아 특수부대 병력을 바흐무트에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와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 국방부의 무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와그너 용병이 바흐무트를 포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방부가 죄수들을 신병으로 모집하는 것을 불허했다며 "와그너의 경쟁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체레바티 대변인의 발언은 이미 승기가 러시아로 넘어간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가 지금처럼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이 와그너 그룹의 병력이 고갈된 상황을 기회로 삼겠다며 바흐무트 사수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포위하고 있고 양측에서 막대한 사상자가 나온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최고사령관들이 바흐무트에서 철수 명령을 내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에 배치된 와그너그룹 병력을 제거한다면,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 와그너 용병이 세력을 떨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죄수들을 전쟁에 무한정 투입할 수는 없다"며 "바흐무트에서 이들 수만 명을 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이들이 더는 주요 전투에 참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W는 "최근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인근에서 전술을 바꾸고 수준 높은 특수부대를 투입했다"며 "와그너그룹이 이 전선에서 병력을 대거 잃으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진단도 나왔다.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 와그너그룹의 주요 임무는 영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우크라이나 병력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것이라면서, 바흐무트 전투를 장기전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7일 "바흐무트는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를 위한 요충지"라며 "바흐무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면 우크라이나 방어군에 대한 추가적인 공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에서도 바흐무트 전투가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을 약화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6일 트위터에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끈질긴 방어로 러시아 병력과 탄약을 소모하는 등 많은 성과를 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효용이 떨어지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